대구 세징야(왼쪽 2번째)가 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 승강 PO 2차전에서 득점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원정 1차전 멀티골에 이어 이날도 득점포를 가동한 세징야의 활약으로 대구는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FC는 ‘살아남을 자격’이 있었다. ‘삼바 특급’ 세징야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던 팀에 희망의 숨결을 불어넣고, ‘잊혀진 베테랑’ 이찬동이 높이 도약하면서 짜릿한 잔류 드라마를 완성했다.
대구가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4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 홈경기에서 K리그2 2위 충남아산을 연장 혈투 끝에 3-1로 꺾어 1·2차전 합계 스코어 6-5로 웃었다.
승강 PO 원정 1차전에서 3-4로 져 위기에 몰렸던 대구는 이날 전반 50분 세징야~후반 38분 에드가의 연속골로 2-0까지 앞섰으나,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PK)으로 실점해 연장에 돌입했다. 그러나 연장 전반 3분 이찬동이 상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벼락같은 왼발 슛으로 팀의 K리그1 잔류를 이끌었다.
14개 팀 체제였던 2013년 13위로 K리그2로 강등됐던 대구는 2017년 K리그1로 복귀한 이후 강등된 적이 없다. 11월 28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1-4로 뒤지다가 세징야가 후반 41분과 추가시간 잇달아 골을 터트린 덕분에 3-4로 패하고도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맞은 2차전은 날씨는 물론 분위기까지 달랐다. 역습에 익숙한 대구지만, 1만2000여 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찬 홈팬들 앞에선 훨씬 더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박창현 대구 감독은 승부수도 빨리 띄웠다. 맹렬한 공세에도 골이 터지지 않자 아껴둔 장신 골잡이 에드가를 전반 29분 투입했다. 타점이 높아진 홈팀에 신장이 크지 않은 충남아산 수비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징야의 쇼타임. 전반 50분 문전을 파고든 뒤 상대 수비수 최희원의 실책을 유도해 골문을 뚫었다.
대구는 후반전에도 멈추지 않았다. 충남아산의 간헐적 역습을 잘 버티며 기회를 노린 끝에 후반 38분 에드가의 골로 웃었다. 중원에서 투혼을 불사른 베테랑 ‘살림꾼’ 이용래가 98% 지분을 가졌다. 이용래가 낮게 깔아 찬 볼에 에드가가 발을 살짝 갖다 대며 골로 연결했다.
다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충남아산 주닝요가 후반 추가시간 에드가의 핸드볼 파울로 얻은 PK를 차 넣었다.
그래도 대구는 얻은 것도 있었다. 교체 투입된 원정팀 공격수 호세가 위험한 파울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수적 우위를 점한 대구는 결국 연장 초반 승부를 결정지었다. 올 시즌 정규리그 8경기에 그쳤던 이찬동이 1차전 시즌 첫 도움에 이어 2차전 시즌 첫 골까지 신고하며 ‘승강 PO의 영웅’으로 우뚝 섰다.
경기 후 박 감독은 “긴 축구를 했으나 살아남아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승강 PO로 생존해 높은 곳에 오른 강원FC, 수원FC처럼 우리도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