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케이브는 지난달 8경기에서 타율 0.214에 그친 데다 몸살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달 4경기에선 타율 0.375로 살아났다.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케이브가 중심을 잡아주면 파워히터들과 남다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스포츠동아 DB
두산 베어스 외국인타자 제이크 케이브는 엄청난 기대를 받으며 올해 KBO 무대에 입성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123경기에 출전하며 경쟁력을 보여줬고, 콘택트 능력과 수비, 주루 등 다방면에서 기량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았다.
성격도 좋았다. 스프링캠프 때는 남다른 에너지를 뿜어내며 선수단에 녹아들었다. 조성환 두산 퀄리티컨트롤 코치는 “케이브가 처음부터 리더처럼 전면에 나서더라. 마치 몇 년간 함께 생활한 선수 같았다”고 돌아봤다. 간결한 스윙으로도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타격 기술도 인정받았다. 9차례 시범경기에선 타율이 0.240(25타수 6안타)에 그쳤지만, 정규시즌부터는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것이란 믿음이 컸다.
초반 흐름은 아쉬웠다. 지난달 8경기에서 타율 0.214(28타수 6안타)에 그쳤고, 몸살 증세까지 겹쳐 3월 31일 퓨처스(2군)팀으로 내려갔다. 그의 부진에 동료들도 아쉬워했다. 외야수 김인태는 “케이브는 정말 성격이 좋은 선수다. 더 잘했으면 좋겠다”라고 진심을 응원했다.
10일 1군에 복귀한 뒤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4경기에서 타율 0.375(16타수 6안타), 1홈런, 5타점으로 살아났다. 1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선 KBO리그 첫 홈런 포함 4타점을 폭발했고, 특유의 밀어치기 기술까지 선보였다. 올 시즌 성적도 12경기 타율 0.273(44타수 12안타), 1홈런, 8타점으로 좋아졌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케이브가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지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전환점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그가 양의지, 양석환, 김재환 등 파워히터들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잘해내면 두산 타선은 더욱 막강해질 수 있다. 스스로도 더 잘할 수 있다는 의지가 강하다. 케이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투수들의 유형이 다르다 보니 여러 문제가 있었다. 스윙을 잘못했던 부분도 있다”며 “잘하지 못한 탓에 지금까지 늘 가까스로 생존한 느낌이 있지만, 이제는 성공이 다가온 것 같다”고 희망을 노래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케이브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그는 “여전히 한국 투수들에게 적응하는 중이고, 타석에 서 있을 때 음악이 나오는 것도 처음 경험해본다”면서도 “세계 어디를 가든, 어떤 레벨이든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건 똑같다. 한 구장에서 덕아웃을 바꿔쓰는 등(잠실구장 LG·두산) 새로운 문화는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하다”고 활짝 웃었다. 동굴에서 빠져나온 케이브가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