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오원석(오른쪽)이 22일 수원 SSG전에서 우상 김광현과 첫 선발 맞대결을 벌였다. 김광현에게는 아끼는 후배인 오원석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스포츠동아DB

KT 오원석(오른쪽)이 22일 수원 SSG전에서 우상 김광현과 첫 선발 맞대결을 벌였다. 김광현에게는 아끼는 후배인 오원석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스포츠동아DB



“얼마나 뿌듯해하실까요?”

KT 위즈 좌완투수 오원석(24)은 지난해 SSG 랜더스에서 트레이드될 당시 김광현(37)과 더는 한 팀에서 뛰지 못한다는 사실을 크게 아쉬워했다. 김광현은 그의 오랜 우상이었다. SSG 구단도 오원석을 김광현의 후계자로 생각했다. 김광현은 오원석을 해외 개인훈련에 데려가며 노하우를 아낌없이 퍼줬다. 둘은 그래서 이적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오원석은 “트레이드된 이후 (김)광현 선배의 목소리를 듣고는 울음이 터졌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광현은 오원석이 동료가 아닌 적이 됐음에도 그의 성장을 바라고 있다. 그는 “(오)원석이를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했다”면서도 “KT에서 반드시 성장해 실력을 보여주리라 믿는다”고 응원했다. 오원석은 “내가 가장 믿고 따르는 선배”라며 “그동안 동료여서 상상조차 못 해본 선배와 선발 맞대결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얼마나 뿌듯해하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둘의 첫 선발 맞대결은 오원석이 팀을 옮긴 지 6개월 만에 성사됐다. 둘은 2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관록과 패기로 맞섰다. 김광현은 5.2이닝 10안타 4볼넷 5탈삼진 5실점(4자책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시작과 끝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실점을 최소화하는 위기관리능력은 돋보였다. 패기로 똘똘 뭉친 오원석은 6이닝 4안타 2볼넷 8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작성하며 판정승을 거뒀다.

김광현이 바라던 오원석의 성장을 두 눈으로 확인한 무대였다. 오원석은 SSG 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겨우내 수정한 투구폼은 한층 간결해졌다. 투수 전문가인 이강철 KT 감독과 구단 전략데이터팀이 머리를 맞대 불필요한 동작을 없앴다. 몸에 맞는 투구폼을 찾은 덕분에 구위도 좋아졌다.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43.5㎞로 커리어 중 가장 빠르다. 오원석은 22일 경기 마지막 이닝이었던 6회초에도 140㎞대 중반의 직구를 뿌렸다. 여기에 한층 예리해진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까지 그의 성장을 확인할 요소가 적지 않았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