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소형준, 두산 최민석, 삼성 양창섭, KIA 성영탁(왼쪽부터)이 맞춰 잡는 투구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두산 베어스·삼성 라이온즈·KIA 타이거즈

KT 소형준, 두산 최민석, 삼성 양창섭, KIA 성영탁(왼쪽부터)이 맞춰 잡는 투구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두산 베어스·삼성 라이온즈·KIA 타이거즈



[스포츠동아 김현세 기자] 한국 야구에도 변형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투수가 늘고 있다.

구속 혁명 시대를 지난 메이저리그(MLB)서는 포심패스트볼의 구사율이 눈에 띄게 변했다. 리그 평균 구사율은 10년 새 36.2%서 30.6%로 줄었다. 지난해 MLB닷컴은 “빠른 공에는 타자들이 적응했다. 그런데 투수들도 무기를 바꿔 그들에 적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심·싱커 계열과 커터 등 변형 패스트볼이 투수들의 돌파구가 됐다. 브라이언 프라이스 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투수코치는 “포심이 정타를 허용할 위험이 큰 반면, 변형 패스트볼은 움직임 덕에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KBO리그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포심의 리그 평균 구속은 4년 새 시속 143.7㎞서 146.4㎞로 올랐지만 그만큼 타자들이 적응했다. 동시에 변형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투수가 늘었다. 수년간 투심, 커터를 주무기로 삼던 소형준(25·KT 위즈)의 뒤를 이어 최민석(20·두산 베어스), 양창섭(27·삼성 라이온즈), 성영탁(22·KIA 타이거즈) 등 변형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투수가 생겨났다. 소형준은 “몇 년 전만 해도 투심, 커터를 던지는 건 나뿐이었던 것 같은데 최근 들어 몇 명 더 생긴 것 같다”고 돌아봤다.

숙련도의 차이를 보이는 건 소형준, 최민석이다. 유신고 3학년 때 포심과 투심을 동시에 던졌던 소형준은 프로 입단 후 포심을 투심, 슬라이더를 커터로 대체했다. 지명 후 투심 위주로 던지기 시작한 최민석은 지난해 마무리캠프서 숙련도를 높인 뒤, 올 시즌을 앞두고 커터를 장착했다. 김원형 두산 감독은 “둘을 보면 어릴 때 구종을 익힌 차이가 뚜렷이 보인다. 미국서도 둘처럼 변형 패스트볼 비중이 큰 투수가 많아졌다. 한국 야구에 둘 같은 투수가 나타난 건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의 가치는 효율적 투구로 나타난다. 소형준이 올 시즌 땅볼을 유도한 비율은 57.7%로 전체 1위다. 포심을 주로 구사하던 양창섭은 지난해 투심을 장착한 뒤 맞춰 잡는 투구의 재미를 알게 됐다. 실제 장착 전후 땅볼 비율(35.7%→47.8%)의 차이가 컸다. 그는 “타자를 상대할 땐 늘 ‘3구 안에 치게 만들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투심을 익힌 성영탁의 투구도 경제적이다. 그의 타석당 투구수는 3.61개로 팀 내 가장 적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