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기 장딴지부터 사랑의 감자탕까지…류현진의 ‘루틴 5일’

입력 2019-11-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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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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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ML) 선발투수 대부분은 5일 로테이션을 지킨다. 선발등판 후 4일 휴식 뒤 다음 경기에 나서는 시스템이다. 자연히 등판 일정에 따라 하루 일과가 판이하게 다르다.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53)를 비롯한 스태프들도 선수의 일과에 맞춰 완전히 다른 하루를 산다. 김 코치의 구술에 따라 류현진(32)의 한 주를 정리했다.

●등판 다음 날 : 전날의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오히려 더욱 활기찬 모습을 유지하지만 트레이닝 코치나 통역 등 스태프들의 마음은 아무래도 편치 않다. 류현진은 선발등판일을 제외한 매일 정오께, 김 코치를 태우고 다저스타디움으로 향한다. 등판일에는 이종민 통역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등판 사이의 관건은 회복. 어깨와 팔꿈치는 물론 시즌 초 애를 먹였던 내전근도 마사지와 스트레칭으로 꼬박꼬박 풀어준다.

●등판 후 2일째 : 마사지와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워밍업과 러닝, 하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뒤 캐치볼을 실시한다. 류현진의 힘은 하체에서 나온다. 김 코치는 그의 장딴지를 씨름선수 이만기에 견줄만 하다고 평가했다. 그의 근육량은 50%대를 상회한다. KBO리그 선수들 중 50%를 넘는 이는 구단별로 한두 명 꼴이다. ‘류뚱’이라는 별명은 이제 오명이라고 봐도 좋다. 대부분의 ML 선수들은 등판 다음날 가볍게라도 공을 던지지만 류현진은 다르다. 등판 이튿날에는 오롯이 회복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차이다.

●등판 후 3일째 : 전날과 스케줄은 큰 틀에서 비슷하다. 웨이트 부위가 하체에서 상체로 달라지고, 롱토스로 투구 거리를 늘린다. 대개 선발투수들은 이날 불펜피칭을 소화한다. KBO리그 시절부터 불펜피칭을 걸렀던 류현진은 올해 9월부터 루틴을 바꿨다.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다. 자신의 것을 줄곧 고집하지 않기에 나온 결과다. 사실 부상이나 휴식 등으로 등판 간격이 길 때는 가볍게 불펜 피칭을 소화했지만, 올해 유독 화제가 됐다.

●등판 후 4일째(다음 등판 전날) :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 전력질주, 그리고 롱 토스 정도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저녁 식사는 주로 감자탕으로 해결했다.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가 수년간 카레라이스만 먹은 것과 비슷하다. 아내 배지현 전 아나운서가 챙겨주는 감자탕만한 보약은 없다.

●등판일 : 플레이볼 5시간 전부터 포수, 투수코치, 배터리코치와 함께 전력분석 미팅을 갖는다. 이어 뜨거운 물에 몸을 녹인 뒤 마사지와 스트레칭에만 1시간을 할애한다. 김 코치에 따르면 류현진은 ‘전쟁에 나서는 장수의 심정’으로 하루를 보낸다. 사실 트레이닝 코치 입장에선 가장 덜 바쁜 하루다. 하지만 심리적인 무게감은 다른 4일을 합친 것보다 더하다. 이날만큼은 스태프들도 여느 한국 팬들과 똑같은 심정으로 그저 호투만을 바란다. 그렇게 괴물은 마운드로 출격한다. 앞선 4일의 준비 과정이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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