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페이스북
“무척 기대되고 설렙니다.”
태평양을 건너 닿은 낯선 땅에서도 붉은 유니폼을 입고 출발한다. 김광현은 1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등번호 33번이 적힌 카디널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연봉 4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2년간 800만 달러를 보장 받았다. 연간 150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최대 1100만 달러(약 128억원) 규모의 계약이다. 안전장치로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도록 품어온 꿈이 이뤄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광현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무척 기대되고 떨린다. 2020년이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시즌이 될 것 같다. 설렌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한국인 투수로서 박찬호, 류현진 선배를 보며 꿈을 키워왔다. 그들이 올랐던 마운드에 함께 설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영광”이라며 “내게는 정말 뜻 깊은 도전이다. 나도 선배들처럼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카디널스는 MLB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구단이다. 내셔널리그 소속으로는 월드시리즈 최다 11회 우승의 기록을 쓰며 유구한 역사를 품고 있다.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팀이다. 2016~2017년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활약하며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해뒀다.
김광현도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카디널스는 알고 있다. 그만큼 내셔널리그 최고 명문 팀”이라고 자부하며 “직접 와보니 야구장도 정말 웅장한 느낌이 든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어 “승환이 형도 ‘여러 팀에 몸담았지만 카디널스가 가장 좋은 팀이었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이 곳에서의 생활에 대해 다시 조언을 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건강한 몸, 최고의 컨디션으로 미국 무대를 밟기에 자신감도 넘친다. 그는 “슬라이더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던져왔다. 얼마든지 스피드 조절을 할 수 있어 자신이 있다. 결정구로 충분히 쓸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선발 투수를 맡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면서도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것이 첫 번째다. 정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진출의 기회를 열어준 원 소속 구단 SK 와이번스에게도 인사를 잊지 않았다. ‘Thank You, SK(고맙습니다, SK)’라고 적힌 팻말까지 직접 준비해 현지 기자들 앞에서 들어보였다. “직접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운을 뗀 김광현은 “한국 소속팀의 허락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