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김광현. 사진제공|세인트루이스
류현진(32)은 KBO리그에서 강속구 투수 중 한명이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누구도 파워피처로 분류하지 않는다. 빅리그 첫 해인 2013년 평균 포심 패스트볼은 90.3마일, 평균 145㎞였다. 올해는 145.8㎞다. 여전히 KBO리그 기준으로는 강속구 투수지만 미국에서는 평균에 못 미치는 속도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 구속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정상급 선발투수가 됐다. 5년 째 구속 하락 없는 정교한 포심, 정상급 움직임을 갖고 있는 변화구와 볼넷을 최소화하는 커맨드가 류현진의 힘이다.
이같은 투구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해 선발 투수를 꿈꾸는 김광현(31)의 훌륭한 모범답안지가 될 수 있다.
김광현은 KBO리그 국내 선발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중 한 명이다. 올 시즌 포심 평균 구속은 147.1㎞였다. 150㎞ 중반 이상 공도 자주 보여줬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3.7마일로 150.8㎞에 달한다. 김광현의 포심은 빅리그 평균에 미치지 못하지만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좌완 선발 투수의 포심 평균 구속이다. 91.8마일, 147.7㎞로 김광현과 비슷하다.
미국에서 KBO리그처럼 독보적인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스피드에서 경쟁력이 없는 선발은 아니라고 해석 할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 김광현. 스포츠동아DB
김광현의 주무기 슬라이더는 빅 리그에서도 충분히 타자를 위협할 수 있는 속도와 각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포심, 슬라이더만으로는 빅 리그에서 선발투수로 성공할 수는 없다. 95마일의 싱커를 갖고 있는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투 피치만으로는 피 홈런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결국 관건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그동안 갈고 닦은 스플리터다. 김광현의 스플리터는 투심 그립으로 던진다. 속도는 느리지만 종으로 떨어지는 각도가 가파르다. 스플리터가 포심, 슬라이더를 뒷받침 할 수 있다면 많은 이닝을 책임지는 선발투수가 될 수 있다. 특히 모든 공의 커맨드가 KBO리그 이상 정교해야 장타를 피하고 빅이닝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25인 로스터 생존 및 선발진 안착의 필수 조건이다.
김광현은 KBO리그에서도 볼넷이 많은 투수는 아니었다. 올 시즌 삼진 180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38개뿐 이었다. 그러나 KBO리그와 빅리그 타자들의 장타력은 다르다. 홈런을 피하려고 공격적인 피칭을 하지 못하면 커맨드가 흔들릴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김광현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5인 로스터 보장 계약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지만 스프링캠프부터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줘야 그가 원하는 선발 역할을 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