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사진|뉴시스
류현진은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LA로 출국했다. 간단한 신변정리를 마친 뒤 토론토의 스프링캠프지인 플로리다 더니든으로 이동한다. 이번 캠프는 류현진이 토론토의 에이스로 자리 잡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 그만큼 중요하다. 4년 총액 8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은 데 따른 무게감도 작지 않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친 듯했다. 출국 전 인터뷰에서도 말 마디마디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새로운 팀에 간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외쳤다.
●키워드 하나, 자나깨나 건강
미국 현지에서 류현진에게 가장 우려하는 점이 바로 건강이다.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받은 2015시즌부터 매년 최소 한 차례씩 부상자 명단에 오른 탓이다. 메이저리그(MLB) 전체 평균자책점 1위(2.32)를 차지한 2019시즌에도 4월 사타구니 부상, 8월 목 통증으로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른 바 있다. 2018시즌에도 1.97의 평균자책점(7승3패)을 기록하며 괴력을 뽐냈지만, 사타구니 부상으로 15게임 등판에 그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류현진은 다시 한 번 몸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달 일본 오키나와에서 김병곤 트레이닝코치와 함께 훈련을 소화한 것도 체력을 강화해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공도 던지고 체력훈련도 하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피칭도 한 번 했다. 훈련 과정은 문제없이 잘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상만 없다면 항상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말에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현재 몸 상태는 최고조다. 좋은 리듬을 이어가는 게 과제다. 류현진은 “지금의 몸 상태는 너무 좋다. 전혀 문제없다”며 “항상 같은 마음으로 준비하면서 부상 없이 풀시즌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꼽은 성공을 위한 키워드도 건강함이다. 승수와 이닝 등의 수치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항상 말이 나오는 게 몸관리와 부상이다. 항상 부상이 있었는데, 특별한 목표보다는 건강만 생각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키워드 둘, 에이스의 책임감과 숙명
류현진에 대한 주변의 기대는 상상 이상이다. MLB닷컴 등 유력 언론에서도 “류현진은 토론토의 에이스”라고 평가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3월 27일(한국시간) 홈구장 로저스센터에서 열리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개막전 선발등판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2일에도 MLB닷컴은 “류현진이 토론토의 선발진에 안정감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팀이 2019시즌(67승)과 견줘 12승을 더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류현진은 의연했다. 이 같은 평가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다짐했다. “확정된 것은 없다”며 “시범경기 때 잘해야 한다.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범경기에서도 시즌처럼 항상 준비하던 대로 하겠다. 그때부터 투구수도 자연스럽게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토의 에이스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특별한 것은 없다. 기대치는 조금 올라간 것 같은데, 그에 맞게 팀의 주축 선발투수로서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달라진 위치, 적응도 중요하다
다저스 시절과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위치가 달라졌다. 다저스에선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선수들과 함께하며 수월하게 적응했다. 이제는 류현진이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 주전 포수를 맡을 것이 유력한 대니 잰슨(26)을 비롯해 내야의 핵심인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1)와 보 비쉐트(22), 케번 비지오(26) 등 핵심 자원이 모두 20대 초·중반의 젊은 피다. 그러다 보니 구단에서도 류현진에게 베테랑의 역할을 기대하는 게 사실이다. 이에 류현진은 “팀 분위기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내가 선수들에게 대접할 시기가 온 것 같다”며 “미국은 한국과 문화가 다르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리더십을 얘기하기보다는 (경험에 따른) 경기 측면에서 도움을 주면서 항상 친구같이 지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천국제공항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