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사진제공|KOVO
● 연고지 이전 요구는 정당한가
이번 연고지 이전 요구는 광주지역의 몇몇 배구인이 앞장서고 지역 정치인들이 나서서 다양한 경로로 압박을 넣는 모양새다. 이들은 김천의 도로공사도 내려왔다. 우리가 KOVO의 각 구단을 찾아가서 설득하고 안 되면 정부, 청와대까지 찾아가서 관철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프로스포츠단의 이전에 굳이 청와대까지 들먹여야하는지 이들의 생각은 솔직히 이해되지 않는다.
● 연고지는 정치적 흥정물도 정치인의 전리품도 아니다
연고지는 프로스포츠 비즈니스의 근본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는 뜻은 누구도 말릴 수 없다. 게다가 이미 터를 잡은 곳에서 잘해왔다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옮길 이유도 없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한국전력에게는 오래 인연을 맺어온 수원시와의 협의가 먼저다.
한국전력이 수원에 터를 잡은 과거를 잘 기억해보라. 2005년 V리그 출범 때 아마추어 초청구단으로 시작한 한국전력은 현대건설과 함께 창원에서 V리그를 시작했다. 현대건설과 현대건설은 2005~2006시즌 뒤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이 과정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김혁규 초대 총재의 정치적 연고지에 터를 잡았지만 너무 불편했다. 훈련장과 홈구장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사실상 시즌 내내 원정경기를 했다. 상대팀들도 이동거리가 멀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관중도 매스컴도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지방경기를 외면했다. 결국 한국전력의 창원 마지막 경기에는 고작 4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그래서 수원을 선택했다. 광주에서 과거의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정말로 광주에서 프로배구를 하고 싶다면 좋은 인프라를 제공해 한국전력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만들면 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보이지 않는다. 홈구장으로 쓰라는 체육관은 낡았다. 한 시즌은 아예 쓰지도 못한다. 결국은 돈 문제인데 책임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것을 보장하겠다는 의사표시도 없다.
● 남의 것을 빼앗지 말고 축복받는 창단을 하라
지금 김천의 도로공사를 제외하고 12개 구단이 서울과 경기도, 충청도를 연고로 하는 V리그의 좁은 시장은 문제다. 도시연고를 택하면서 생긴 문제다.
스포츠에서 정치는 빠져야 옳다. 연고지는 몇몇 정치인들이 지역주민들에게 생색을 내는 전리품도 아니다. 정말로 광주에서 프로배구를 하고 싶다면 차라리 창단을 해라. 괜히 남의 것을 빼앗지 말고 연고이전에 앞장서는 정치인들이 나서서 배구단 창단에 힘을 보태는 것이 정정당당하다. 남자는 7개 구단으로 운영되면서 일정 짜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KOVO 이사회도 배구 팬도 지역 팬도 모두 원하는 길을 두고 굳이 어렵게 가지 말자.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