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우. 사진제공|대한항공
베테랑 세터 유광우(34·대한항공)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늘 한 걸음 더 뛰고, 한 뼘 더 손을 내미는 그의 투지는 팀을 지탱하는 숨은 힘이다.
9월 우리카드로부터 현금 트레이드로 유광우를 데려온 대한항공은 2라운드 만에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는 중이다. 4연승 과정에서 주전 세터 한선수가 손가락 부상을 입었지만 전력 공백은 전혀 없었다. 14일 한국전력, 20일 OK저축은행과의 경기서 유광우가 지휘관 역할을 해 팀 6연승의 발판을 마련한 까닭이다.
팀원들과 미처 손발을 완벽하게 맞추지 못한 그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빈틈을 채우는 중이다. 그럼에도 유광우는 21일 “공격수들이 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자 노력을 많이 해준다”며 “팀 내에 워낙 경쟁력이 뛰어난 날개 공격수들이 많다. 덕분에 쉽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다”고 동료들에게 승리에 대한 공을 돌렸다.
벤치 역시 ‘백전노장’ 유광우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정말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운을 뗀 박기원 감독은 “유광우가 괜히 최고의 세터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다. 자타공인 한국 배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세터”라고 치켜세웠다. “광우가 나보다 배구를 더 잘 안다”고 너스레를 떤 박 감독은 경기 중에도 유광우에게 별다른 주문을 하는 법이 없다. 적절히 경기 흐름을 짚어 주면서 유광우가 자신의 경기력을 충실히 발휘하도록 도울 뿐이다.
신뢰의 시선을 익히 알고 있는 유광우도 좀처럼 몸을 아끼지 않는다. 고질적인 무릎, 발목 통증을 안고 있고 체력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지만 허슬 플레이를 멈추지 않는다. 재치 있는 플로터 서브로 곧잘 분위기를 띄우는 그는 어느덧 본능이 되어버린 헌신적인 수비로도 팀에 큰 힘을 보탠다. 올 시즌 10경기 35세트를 소화하면서도 세트 당 0.771개의 디그를 선물했다. 성공률은 75%에 이른다.
“힘들지만 매 경기 승리하는 것으로 버티고 있다”고 털어놓은 유광우는 “키가 작으니 수비적인 부분에서 도와주면 팀에도 플러스 요인이 된다”며 “예전부터 수비에 적극적으로 임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를 지켜보는 박 감독은 “보통 사람들이라면 일상생활을 하기도 힘든 몸 상태다. 하지만 유광우니까 견디는 것이다. 정신력이 대단하다”며 혀를 내두른다.
경기장에서의 모든 순간을 즐기고 있다. 유광우는 “선수는 경기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며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욱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운동선수는 계속 부족한 점을 찾아야 한다”며 “나 역시 스스로에게 만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정말 만족한다고 생각이 든다면 은퇴를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