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비로소 시작된 이민욱의 시간

입력 2020-01-1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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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 포인트가 됐습니다.”

한국전력 이민욱(25)이 세터 인생의 변곡점을 찍었다. 주전 세터로 발돋움할 절호의 기회다.

변화를 택했다. 이민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FA)을 통해 삼성화재에서 한국전력으로 둥지를 옮겼다. 삼성화재에서 원 포인트 서버 역할에 그치며 기량을 꽃피우지 못했던 이민욱으로선 회심의 선택이었다. 이는 곧 그의 배구 인생에 결정적인 한 방이 됐다. 17일 삼성화재전에 주전 세터로 나서 한국전력의 시즌 첫 셧아웃 승리를 이끈 이민욱의 깜짝 활약은 장병철 감독의 마음까지 흔들어 놨다.


감춰둔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이민욱의 손끝에서 출발한 안정적인 토스로 한국전력 공격진이 춤을 췄다. 에이스 가빈이 양 팀 최다 21점을 책임지며 펄펄 날았고 레프트 공격수 구본승(13점)과 15점을 합작한 센터진 장준호, 조근호 역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민욱은 다양한 공격 루트를 활용하면서 팀 공격 성공률 56%를 이끌어냈다.


“오랜만에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미소 지은 이민욱은 “계속 지는 경기를 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팀과 나에게 터닝 포인트가 된 경기”라고 반겼다. 이어 “감독, 코치님께서 자신감을 심어주는 말을 정말 많이 해주셨다.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는데 선수들의 컨디션이 정말 좋았다”며 “덕분에 자신감이 올라갔다. 모두에게 고맙다”고 했다.

장 감독도 이민욱의 활약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장 감독은 “지금 상태로는 이민욱이 계속 스타팅으로 뛸 것 같다”고 밝히며 “민욱이가 힘들어 하면 이호건, 김명관을 교체로 투입시킬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민욱이는 충분한 능력을 갖춘 선수다. 경기 경험이 없고 선발로 들어가서 한 번도 승수 쌓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간 자신감이 부족했다”며 “오늘 경기를 통해 자신감이 많이 쌓였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주사위는 이민욱에게 넘어갔다. 본인의 기량을 100% 발휘하는 일만 남았다. 이민욱은 “주전 세터로 뛰는 일을 항상 생각해왔다. 우리 팀에는 어린 선수가 많다보니 처음 이 팀에 왔을 때 팀의 리더가 되려고 했는데 내가 부족한 상황에서 너무 잘하려고만 해서 마음이 급해졌다”고 돌아봤다. “오히려 애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털어놓은 이민욱은 “배구적인 부분보다는 파이팅 등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리더가 되려 한다. 그러면 팀도 점점 더 좋아질 수 있다”고 힘 줘 말했다.


형에게서 큰 도움을 얻고 있다. 형인 이민규 역시 OK저축은행 주전 세터로 활약하는 만큼 서로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 이민욱은 “아무래도 같은 포지션이라 고민을 많이 털어놓는다. 근래 들어서도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형도 힘들텐데 좋은 글귀도 보내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이야기도 많이 해준다”고 했다. 아울러 “삼성화재전을 앞두고도 ‘편하게 하라’며 긴장을 풀어줬다. 정말 고맙다”는 속마음을 전했다.

수원 |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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