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과 싸우는 V리그…견디는 자에게 주어질 왕관

입력 2020-03-04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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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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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규리그 일정이 모두 멈춰선 V리그는 ‘인내’의 시간으로 접어들었다.

난데없는 휴식이 달갑지만은 않다. 특히 6라운드에 접어들어 선두 경쟁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남녀부 최상위권 팀들에게는 다소 맥 빠지는 상황이다. 눈앞으로 다가온 우승이란 최고의 성취만을 바라보며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내해왔지만, 종착지를 앞에 두고 공연히 훈련 기간만 늘어났다. 리그 재개 시점을 가늠할 수 없는 점도 선수들의 답답한 마음을 부추기는 요소다.

●건강이 최우선…출퇴근 자제·외출 최소화

하지만 최우선의 가치는 건강이다. 선수들도 자발적으로 코로나19에 노출되는 상황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출퇴근이 자유로운 남자부 대한항공은 외출을 삼가고 있다. 구단은 휴식 일에도 숙소에 머무르며 훈련하는 선수들에게 맞춰 식사 제공 횟수를 늘렸다. 여자부 현대건설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훈련장이 위치한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에서 확진자가 나온 터라 더욱 몸을 사리는 중이다. 병원 치료가 필요한 선수들을 제외하면 대체로 숙소를 벗어나지 않는다.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것

외국인 선수들의 두려움도 커진다. 남자부 삼성화재 산탄젤로는 구단과 합의 끝에 4일 이탈리아로 출국했다. 5위 삼성화재는 순위 싸움이 끝난 점과 산탄젤로의 낮은 활용도를 고려해 이별을 택했다. 여자부 5위 IBK기업은행 어나이도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단도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는 KOVO의 가이드라인 아래 선수의 뜻을 수용할 분위기다. 최하위 한국도로공사 산체스도 쿠바 출국을 원한다. 하지만 비행편이 모두 막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선수에게 설명해둔 상태다.

상위팀 입장은 또 다르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잠재워지지 않았을 경우 1일 경기를 끝으로 정규리그 일정이 종료되는 것이 걱정이다. 우승 레이스를 이어가는 대한항공(2위) 비예나가 염려하는 부분이다. 그의 통역을 맡는 김현 매니저는 “비예나는 코로나19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다만 우승 기회가 왔음에도 상황 때문에 이대로 시즌이 끝날까봐 걱정을 한다”고 전했다.

●최종 정비의 기회…반등의 씨앗 찾자

시각을 바꾸면 전열을 가다듬을 마지막 기회다. 휴식기를 통해 남자부 선두 우리카드는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지닌 세터 노재욱이 회복할 시간을 확보했다. 날개 공격진의 흐름이 좋은 대한항공 역시 베테랑 한선수, 유광우가 잠시나마 숨을 돌리는 중이다. 최근 군입대한 김규민의 센터 공백에 대처할 시간적 여유도 생겼다. 전광인의 컨디션 난조로 팀의 근간이 흔들리는 3위 현대캐피탈에도 정상 리듬을 되찾을 기회를 얻었다. 리시브 안정감을 높여야 하는 여자부 선두 현대건설, 세트·경기별 기복을 최소화해야하는 2위 GS칼텍스에게도 똑같은 시간이 주어졌다.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까지 부지런히 반등의 씨앗을 찾는 팀에게 ‘챔피언의 왕관’이 수여될 전망이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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