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이. 스포츠동아DB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확인해본 결과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어나이가 먼저 팀을 떠나겠다고 한 것과 잔여연봉 전액을 달라고 한 것은 맞다. 다만 제소는 오해로 보인다.
사실 그는 V리그 2년차로서 외국인선수 계약의 빈틈을 가장 잘 파고들어 이용해왔던 선수였다. 시즌 전에 다른 선수보다 열흘이나 늦게 팀 훈련에 참가했을 때부터 이번 시즌 문제가 될 조짐은 보였다. 그는 “지난 시즌에도 뛰어봤다”면서 버틴 끝에 팀에 뒤늦게 합류했다. 이례적으로 어나이는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위해 V리그가 중단됐을 때도 임시휴가를 즐겼다. 구단은 훈련에 의지를 가지지 않고 불평불만을 털어놓을 경우 다른 선수들마저 지장을 준다고 판단해 어쩔 수 없이 시즌 도중에 집에 다녀오라고 했다.
어나이는 시즌 종료(외국인선수의 통일계약서에 따르면 3월 15일)와 함께 미련 없이 팀을 떠나기를 꿈꿔왔다. 봄 배구 진출이 일찍 좌절된 마당에 더 이상 머물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가 덮쳤다. 여기에 리그도 갑자기 중단됐다. 언제 다시 열릴지도 모르는 일시중단이다. 집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던 어나이에게 ‘좋은 계기’였다.
어나이. 스포츠동아DB
어나이는 매달 2만5000달러(약 3000만 원)를 받았다. 조기계약해지를 위해 에이전트가 중재에 나섰다. 서로 반반씩 양보하자고 했다. 이 경우 어나이의 잔여월급은 1만2500달러(약 1500만 원)로 줄어든다. 구단은 이 방안을 찬성했다. 어나이는 반대했다. 시즌이 3월 15일에 끝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기에 다 받아야겠다고 했다.
그가 잘한 행동은 많지 않지만 오해를 산 부분도 있다. FIVB의 제소다. 에이전트가 확인해준 어나이의 주장은 다르다. 대부분의 리그가 코로나19로 시즌을 종료했는데 외국인선수의 권리를 위해 현재 상황을 FIVB에 알리고 유권해석을 받아봤을 뿐이라는 말이다.
IBK기업은행은 면담을 계속한 끝에 어나이를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잔여연봉은 10일 KOVO 사무실에서 열리는 실무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나온 뒤에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원하는 대로 먼저 한국 땅을 떠난 어나이가 다시 V리그에 도전할지는 지금 상황에서 알 수 없다. 하지만 컴백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시즌 어나이가 어떤 마음과 생활태도로 뛰었는지 이미 모든 구단이 알기 때문이다. 우리 구단들은 외국인선수를 뽑을 때 기량도 중요하지만 인성이라는 기준으로 책임감, 동료와의 융화, 생활태도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