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배구연맹(FIVB)은 5월19일부터 6월18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발리볼내이션스리그(VNL)를 7~8월 도쿄올림픽 이후에 한다고 14일(한국시간) 발표했다. VNL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의 배구엘리트 팀들이 마지막 실전경험을 쌓고 조직력을 다지는 대회로서 의미가 있을 뻔했지만 코로나19로 상황이 좋지 못하자 FIVB는 일정연기라는 선택을 했다.
V리그도 최근 시즌 중단으로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유럽의 많은 리그도 속속 중단하거나 아예 시즌을 끝내고 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무기한으로 연기됐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시즌을 조기에 종료하고 2019~2020시즌 챔피언은 없다고 공식 선언했다. 폴란드리그도 무기한 시즌 중단에 들어갔다. 언제 다시 리그가 열릴지 모르는 가운데 해외로 많은 배구선수들을 수출하고 있는 미국이 유럽의 위험지역에 있는 선수들을 귀국시키고 있다. 미국 배구협회가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조기에 돌려보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는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의 미국 유입을 걱정해 “영국을 제외한 유럽으로부터의 모든 항공편을 취소한다”고 발표한 뒤 나온 조치다. 13일부터 사실상의 국경폐쇄가 시행되는데 이에 앞서 유럽에 있는 선수들을 데려오기 위한 행동을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전파가 가장 우려스러운 이탈리아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모두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번 미국 선수들의 조기귀국 조치에 차츰 진정상태에 접어들고 다른 나라의 방역당국으로부터 모범적인 사례로 칭찬받는 우리나라의 V리그는 포함되지 않는다. 지금 V리그에는 헤일리(현대건설) 러츠(GS칼텍스) 등 2명의 미국국적 여자선수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V리그가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여기저기에서 생기고 있다.
우선 당장은 2019~2020시즌 재개가 문제지만 시즌 뒤 5월3일부터 체코에서 열릴 예정이던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유럽의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체코도 최근 모든 항공편을 막아버리는 조치를 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다시 항공기가 오가겠지만 4월 중순 이후의 일정도 앞 수 없기에 한국배구연맹(KOVO)과 구단들은 고민한다.
지난 10일 사무국장들의 모임에서도 트라이아웃을 놓고 많이 걱정이 쏟아졌다.
행사가 가능한지 여부부터 시작해 얼마나 많은 외국인선수들이 트라이아웃에 참가할지를 놓고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날 몇몇 구단은 “아예 외국인선수 없이 새로운 시즌을 하자”는 주장을 했다. 반대로 어느 구단은 기존선수와 계약하겠다고 해 의견이 통일되지는 않았다.
KOVO는 최악의 경우 영상만으로 선발하거나 체코 대신 국내로 선수를 부르는 방안까지 검토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몇몇 구단은 “한시적으로 자유계약제도로 돌아가 구단들이 알아서 선발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냈지만 역시 서로의 이해관계가 달랐다. 외국인선수는 성적의 중요한 변수라 쉽게 결론이 날 가능성은 없다.
또 다른 문제는 VNL이다. FIVB가 돈벌이를 포기할 생각이 없기에 도쿄올림픽 이후로 일정을 잡으면 V리그의 다음 시즌 준비도 문제가 생긴다. 통상적으로 V리그는 6월 말에 선수들의 계약을 마무리 한 뒤 7월 체력단련~8월1일부터 외국인선수가 참가하는 본격적인 팀 훈련~KOVO컵 출전과 시즌준비~10월 리그개막의 일정으로 움직여왔다.
만일 도쿄올림픽이 7월25일~8월9일 계획대로 열린다면 힘든 올림픽을 치르고 온 여자대표팀의 선수들이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VNL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고 또 팀에 합류해 V리그를 준비해야 한다. 혹사가 우려된다. 당연히 여자구단들은 이미 올림픽도 치른 마당에 VNL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주전선수들을 내보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배구협회와 실랑이가 불을 보듯 뻔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 배구에 많은 숙제를 만들고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