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현대건설 김주하 컴백의 뒷얘기들

입력 2020-03-16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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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김주하. 사진제공ㅣKOVO

리베로 김연견의 부상이탈로 애를 먹던 현대건설이 V리그를 떠난 지 3년 가까운 선수를 영입했다. 주인공은 김주하다. 2010~2011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4순위로 입단해 리시브 등 수비전문으로 활약해왔던 그는 2016~2017시즌을 마치고 임의탈퇴로 팀을 떠났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구단이 임의탈퇴를 요청하면 당사자에게 직접 연락해 선수에게 불리한 임의탈퇴를 받아들이는지 확인한 뒤 공시한다. 만일 이 때 선수의 뜻과 달리 구단이 마음대로 임의탈퇴를 결정했다면 공시를 미루기도 한다. 그런 사례도 있었다.

김주하가 팀을 떠난 이유를 놓고 당시 많은 소문이 나돌았다. 부상과 팀 내부 사정이 겹쳤던 것으로만 알려졌다. 기량이 빼어났던 그는 이후 실업배구 선수로 활약했다. 지난해 9월 순천KOVO컵 때는 수원시청 선수로 출전해 변함없는 기량을 보여줬다. 그는 10월 전국체전을 마친 뒤 은퇴를 결심했다. 출산을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의 복귀요청 전화를 받았다. 한동안 고민했던 그는 컴백을 결심했다. 리베로 보강이 다급했던 현대건설은 먼저 김주하를 팀 훈련에 참가시킨 뒤 선수등록을 하려고 했다. 2월28일 김주하의 임의탈퇴 해지와 등록을 한국배구연맹(KOVO)에 요청했다. V리그 공식경기에 출전하려면 KOVO의 등록선수여야 한다는 규정 제21조(공식경기의 출전선수)에 따르기 위해서였다.

스포츠동아DB


KOVO는 등록요청을 거절했다. 3월1일 GS칼텍스와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현대건설은 다급했다. 구단 실무자가 즉시 상암동의 KOVO 사무실로 쫓아왔다. 왜 등록이 안 되느냐며 따졌다. KOVO는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현재 KOVO의 규정에 따르면 모든 선수의 등록은 마감날짜가 있다. 대부분 선수들은 6월30일이 기한이다. 신인선수들이 대상인 2차 등록은 드래프트 이후 15일 안에 마쳐야 한다. 해외임대선수와 추가등록 선수는 3라운드 종료일까지다. 병역을 마친 선수만 예외적으로 언제든지 등록이 가능하다.

이 같은 등록마감 규정은 비정상적인 전력의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3라운드가 지나서 이미 봄 배구에 나갈 팀과 그렇지 않을 팀이 결정된 뒤에 생길 변칙거래를 막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미 은퇴했거나 다른 리그의 선수를 보강하는 것에도 마감시기를 뒀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현재 KOVO의 규정집 어디에도 임의탈퇴 선수의 등록 가능한 데드라인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규정에는 “임의탈퇴 선수의 해지공시는 1달 이후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조항만 있었다. 이 조항도 구단이 마음대로 선수의 권리를 침해하는 임의탈퇴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이를 근거로 현대건설은 추가등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KOVO는 다른 구단의 반대 등의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안 된다고 했다. 실랑이 끝에 실무자는 빈손으로 돌아갔지만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3월1일 GS칼텍스와의 중요한 경기에서 현대건설은 리베로 이영주의 인생경기 덕분에 승리했다. 그 바람에 김주하의 등록불발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이후에도 김주하의 선수등록을 계속 요구했다. KOVO는 고민한 끝에 법률 전문가인 감사 2명에게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감사들은 “안 된다는 정확한 규정이 없기에 등록은 가능하다”고 조언해줬다. 이에 따라 김주하의 친정복귀는 가능해졌다.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KOVO는 임의탈퇴 선수의 복귀시점과 관련한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 이사회에서 이 규정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KOVO는 시즌 재개 일정이 결정되면 김주하의 선수등록 공시를 할 예정이다. 이제 남은 것은 우여곡절 끝에 영입한 김주하의 활약여부다. 코로나19로 인한 시즌 중단으로 현대건설은 김주하가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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