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여자부 FA선수와 샐러리 캡, 그리고 4월9일 KOVO 이사회

입력 2020-03-31 10:1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흥국생명 이재영(왼쪽)-현대건설 이다영.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 이재영(왼쪽)-현대건설 이다영. 스포츠동아DB

4월9일 개최 예정인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가장 급하게 처리해야 할 안건은 여자부 샐러리 캡이다. 그동안 많은 얘기가 오고갔지만 의견차이가 커서 쉽게 해결될 것 같지 는 않다. 2월 이사회에서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자 “시간을 가지고 여자 구단들끼리 잘 논의해보라”면서 뒤로 미뤘다. 30일 여자부 단장들끼리 모여서 의견을 나눴지만 회의 분위기는 아주 좋지 못했다. 감정싸움의 단계로 넘어가 놀랄만한 발언이 많이 나왔다.

남자부도 팀의 성적과 직결되는 샐러리 캡과 옵션을 놓고 지난해 많은 논의를 했다. 12월19일 제16기 제2차 이사회에서 새로운 룰을 확정했다. 각자 불만은 있겠지만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서 만든 방안이다. 이에 따르면 2020~2021시즌부터 3시즌 동안 샐러리 캡이 31억원~36억원~41억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2022¤2023시즌에는 샐러리 캡의 40%인 16억6000만원 규모의 옵션 캡(우승 포상금과 연봉 이외의 돈)도 도입한다. 연봉의 70%가 상한이다. 구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소 소진율은 70%에서 50%로 낮췄다. 2022~2023시즌부터는 신인선수의 연봉을 샐러리 캡에 포함하고 구단 전체의 연봉과 옵션도 공개한다.

여자부는 2018~2019시즌부터 2시즌 동안 14억원에서 샐러리 캡이 묶여 있다. 인기에 비해 혜택이 적다는 얘기도, 왜 남자보다 여자선수들이 적게 받느냐는 차별비난도 나왔다.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DB


이번에는 남자부의 증액만큼은 액수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액수를 놓고 각 구단들의 의견이 다르다. 20억원에서부터 시작해 23억원, 25억원, 올해부터 3년간 해마다 5억원씩 증액해서 30억원까지 가자는 등 주장은 다양하다. 여자부가 샐러리 캡 규모를 놓고 쉽게 절충이 어려운 것은 모든 주장이 FA선수와 관련이 있어서다.

공교롭게 이번 FA시장에는 역대급으로 좋은 선수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다. 흥국생명 이재영 조송화, 도로공사 박정아 문정원, IBK기업은행 김희진 김수지, 현대건설 이다영, 황민경, 김연견, KGC인삼공사 한송이 오지영 염혜선 등이 대상선수다. 샐러리 캡이 확정되어야만 누구를 데려오고 포기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모든 구단이 눈독을 들이는 이재영과 이다영의 계약이 최대변수다. 혹시 특정구단에서 2명을 동시에 영입할 경우 가져올 파장이 크기에 각 구단이 처한 입장에 따라 주장하는 샐러리 캡이 다르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 것은 그동안 몇몇 구단에서 이용해온 옵션이다. 공식적으로는 여자부 최고연봉이 3억5000만원이지만 그 이상을 받는 선수는 몇몇 있다. 누구인지 구단들도 다 안다. 심지어 어느 선수는 8억원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새로운 규정을 만들려고 해도 따르지 않겠다고 버티는 팀이 나온다.

현재 여자부 6개 구단 가운데 5-1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 5개 구단은 다수의 의견을 이사회에 상정하라고 KOVO에 요구한다. 소수로 몰린 구단은 그동안 규정의 틈새를 이용해온 것은 외면해놓고 이제 와서 엄격한 룰을 만들어서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한다. 남자부처럼 몇 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고 새로운 규정을 만들더라도 지금 당장 실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13개 구단의 협의체인 이사회는 그동안 상호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라면 표 대결 외에는 답이 없다. 그런 경우는 만들고 싶지 않은 KOVO다.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진 구단들을 달래는 정치력과 조금씩 양보해서 따르게 만들 좋은 명분이 필요한데 지금 당장은 그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