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박철우(왼쪽)-흥국생명 이다영. 사진ㅣ한국전력 배구단·흥국생명 배구단
집토끼를 지키고 외부에서 산토끼를 데려오는 첫 과제를 마친 구단들은 이제 2라운드 눈치싸움을 벌여야 한다. 보호선수 명단 작성과 우리 팀에 꼭 필요한 퍼즐을 선택하는 것이다.
가장 관심이 가는 팀은 보상선수를 줘야 하는 A등급을 영입한 남자부 한국전력과 여자부 흥국생명, IBK기업은행이다. 특히 한국전력은 삼성화재에서 박철우를 데려왔고 OK저축은행에서 보상선수가 필요 없는 C등급 이시몬도 영입했다. 규정대로라면 A등급 선수를 영입한 남자 팀은 영입한 FA선수를 포함해 5명을 보호선수로 묶을 수 있다. 여기서 궁금한 포인트는 이시몬이다. 한국전력은 새로 영입한 이시몬도 반드시 보호선수로 포함시키느냐 여부다.
KOVO는 “구단의 판단에 달렸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보호선수로 넣어도 넣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어느 팀이 2명의 A등급 선수를 영입했지만 팀의 사정에 따라 1명의 A등급 FA선수를 보호선수로 넣지 않아도 문제될 것은 없다. 현재 한국전력의 팀 구성상 박철우와 새로 FA계약을 맺은 리베로 오재성은 반드시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지금 군에 있지만 서재덕도 포함시켜야 한다. 여기에 2명의 젊은 세터 김명관, 이호건을 모두 보호선수로 묶거나 세터 가운데 1명을 포기하고 레프트 가운데 1명(김인혁~이승준~이시몬) 혹은 미래자원인 1순위 지명선수 이태호(라이트&센터)를 묶을 수도 있다.
삼성화재는 레프트 자원은 풍부하지만 권준형이 빠져나간 세터 자리와 리베로 포지션을 보강하려고 한다. 한국전력이 삼성화재 맞춤형으로 보호선수 명단을 작성할 수도 있고 신사적으로 두 구단이 사전에 상의해서 필요한 선수를 줄 수도 있다. 삼성화재는 한국전력의 사전협상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부는 세터의 연쇄이동으로 흥국생명~IBK기업은행~현대건설의 보호선수와 보상선수 지명이 궁금하다. 규정대로라면 24일 낮 12시에 보호선수 명단을 상대 구단에 주기 때문에 FA계약 순서와는 상관이 없다. 흥국생명이 IBK기업은행에서 보호선수 6명을 제외한 어떤 선수를 보상선수로 데려오더라도 현대건설에 빼앗기지는 않는다. 현대건설은 그 이전에 흥국생명이 건네준 보호선수 명단을 보고 선택해야 한다. 세 팀이 상의해서 현대건설이 필요한 선수를 흥국생명이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지명해주는 방식은 이번에는 나올 수 없다. 거꾸로 현대건설이 흥국생명에서 지명한 뒤 나중에 IBK기업은행과 세터자원을 놓고 따로 트레이드 협상을 할 수는 있다. 흥국생명은 7명의 알짜선수(이재영~이다영~김세영~이주아~김미연~박현주~신연경) 가운데 1명을 내줘야 한다. 두 팀의 수 싸움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아니지만 보상선수지명 때 FA계약순서가 중요한 때도 있다. 한 팀에서 서로 다른 구단의 A등급 FA선수를 2명 이상 데려왔을 경우다. 이때도 같은 시간에 보호선수 명단이 상대구단에 전달된다. 서로가 원하는 선수가 다르면 상관없지만 겹치면 문제가 된다. 이때의 보상선수 기준은 누가 FA계약을 먼저 했느냐다. 만일 KOVO에 동시에 계약서가 접수됐다면 지난시즌 성적 하위 팀에게 우선권을 준다. 보상선수 선택은 27일 오후 6시까지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