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레이더] 마감된 2020년 FA시장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들

입력 2020-04-26 11:0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2020년 V리그 자유계약(FA)시장이 23일 문을 닫았다. 남자 20명, 여자 18명 등 총 38명의 FA선수 가운데 35명이 계약을 맺고 선수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남자는 삼성화재 백계중이 유일하게 계약불발 선수다. 선수의 높은 기대치와 구단의 낮은 평가 차이가 결별의 원인으로 보인다. 구단은 “협상마감 전날에 1억원을 제시했지만 답을 주지 않았다. 다른 팀에서 제안을 받은 것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구체적인 속사정은 알기 어렵지만 앞길이 창창한 26세의 선수가 어디서 배구선수 생활을 이어갈지 걱정이 앞선다.

18명이 공시됐던 여자부는 베테랑 이효희(도로공사)와 김해란(흥국생명)이 미계약이다. 김해란은 출산을 위해 스스로 유니폼을 벗었다. 이효희는 선수생활을 더 원했지만 선택받지 못했다. 기량이 아니라 나이가 문제였다. 그래서 어느 감독의 말처럼 선수는 나이를 먹으면 슬퍼진다. 김해란은 엄마가 된 뒤 코트로 돌아와 지도자 수업을 받으려고 한다. 이효희는 도로공사의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 2016년 리우올림픽 대표팀을 비롯해 한국 여자배구를 위해 오랫동안 헌신해온 2명 베테랑의 앞날에 꽃길만 이어지길 바란다.

2020년 FA선수 계약총액은 남자가 40억5500만원, 여자는 44억4500만원이다. 드러난 수치만 보자면 남자보다 여자부 FA시장이 더 풍족해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샐러리 캡이 5억원 올라간 반면 여자부는 샐러리 캡 인상 4억원과 신설된 옵션 캡 5억원 등 총액 9억원이 늘었기에 그 혜택을 선수들이 받았다. 게다가 남자부는 비공식적으로 주는 옵션을 발표할 이유가 아직은 없다. 한국전력을 제외한 어느 구단도 이번에 옵션을 발표하지 않았다. 여자부는 모든 선수의 연봉과 옵션이 공개되고 검증까지 해야 하는 새로운 규정에 따라 더 많이 받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생겼다.

남자부 몇몇 구단은 2022~2023시즌부터 시행하는 선수단 연봉과 옵션 공개에 앞서 선제적으로 계약내용을 공개해 몸값의 신뢰도를 높일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예상 못한 역효과와 문제점도 나오겠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야 V리그가 투명해진다는 것을 안다. 그동안 음성거래에 숨어서 커진 거품과 불합리한 관례들을 제거하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의 배구시장은 위기상태다. 유럽 빅리그의 많은 구단이 다음 시즌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남자부의 슈퍼스타급 선수들이 서둘러 중국리그로 옮겨가고 있다. 여자부도 러시아리그의 유명한 선수가 중국과 일본을 놓고 고민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선수들의 몸값도 줄어들 전망이다. V리그만 코로나19가 만든 태풍을 피해갈 수는 없다. 각 구단은 벌써 필요 없는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선수들도 세상을 잘 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내 일터를 오래 지킬 수 있다.

여자부 샐러리 캡 대폭인상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은 FA선수 등급 기준이다. 이제 어지간한 선수는 연봉 1억원을 쉽게 넘는다. FA선수 등급도 이에 맞춰서 변해야 한다. 지금의 규정대로라면 대부분의 FA선수들이 보상선수 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 구단들끼리 서로 발목을 잡을 필요는 없다.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싶다면 과감하게 기준 액수를 올려야 한다. 구단의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선수들과 전문가, 팬들의 의견도 물어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