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김연경과 흥국생명 6일 협상의 숨은 얘기들

입력 2020-06-07 13: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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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이 11시즌 만에 V리그로 복귀해 원 소속구단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입는다.

지난 1일 밤 V리그 유턴 결심이 보도된 이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계약합의가 됐을 정도로 속전속결이었다.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에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연경의 에이전트는 이미 한 달여 전부터 다양한 경로로 V리그 컴백 가능성을 타진했다. 흥국생명과도 의견을 주고받으며 조심스럽게 접근한 뒤 3일 처음으로 공식적인 만남을 가졌다. 이어 5일 “흥국생명 선수로 뛰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확실한 복귀의사를 확인한 흥국생명은 미룰 이유가 없었다. 6일 만나자마자 연봉 3억5000만 원으로 계약에 합의했다.


6일 만남에서는 많은 말들이 오고 갔다. 김연경은 에이전트 여럿을 대동하고 흥국생명과 만났다. 얘기는 시원시원하게 풀렸다. 김연경이 먼저 통 큰 양보를 했기 때문이었다. 규정상 최대 6억5000만 원(연봉 4억5000만 원+옵션 캡 2억 원)을 받을 수 있지만 먼저 “연봉을 적게 달라”고 명확하게 의사를 밝혔다. “(자신의 컴백으로) 동료 선후배들이 피해 받지 않는 선에서 연봉을 달라”고 했다. 흥국생명 측이 깜짝 놀랄 정도로 화통한 제안이었다.


흥국생명으로서는 이재영-다영 자매에게 이미 10억 원의 연봉+옵션 캡을 사용했다. 남은 13억 원을 어떻게 배분해 선수단을 구성하느냐가 중요했다. 이 가운데 절반을 가져갈 수 있는 김연경이 3억 원이나 양보를 해주면서 선수단 운영에 한결 여유를 가지게 됐다. 모두로부터 축복을 받는 V리그 유턴의 명분이 필요했던 김연경이 현명한 선택을 했다.

그렇다고 해도 흥국생명이 기존선수 모두를 다 데려갈 수는 없다. 김연경이 가세하면 흥국생명의 레프트는 어떤 식으로건 정리를 해야 한다. 꼭 연봉 때문만도 아니다. 출전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김연경~이재영이 동시에 뛰면 레프트에 다른 선수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거의 없다. 선수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으면 기량이 줄고 훈련의욕도 떨어진다. 더구나 FA계약을 앞둔 선수라면 다음 시즌까지 피해가 이어진다. 당연히 선수들은 이적을 원할 것이다. 선수단 최종구성은 결국 박미희 감독이 판단할 것이다. 김연경도 이 사실은 잘 안다.


흥국생명은 “다른 선수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싶다”는 김연경의 뜻을 최대한 반영하고 몇몇 선수에게는 새로운 팀에서 뛸 기회를 주는 것까지 감안한 엔트리 구성을 해야 한다. 남은 9억5000만 원으로 구성할 선수단 가용인원이 많지 않다. 엔트리가 줄어들 수는 있다. 지난 시즌 대한항공과 현대건설은 샐러리 캡 탓에 다른 팀보다 인원을 줄여서 13명만 등록했다. 신인을 제외한 숫자였다. 규정상 남자부는 19명, 여자부는 18명 등록이 가능하다.

흥국생명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유럽리그에서 김연경이 받았던 액수와 이름값에 비교하면 너무나 대우가 박하다는 시선이다. 선의를 가지고 추진했던 일이 흥국생명뿐 아니라 이미 연봉과 옵션이 결정된 이재영-다영 자매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까봐 걱정한다. 김연경은 협상 과정에서 “계약기간은 1년으로 하고 싶다.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서 팀 합류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하고 싶다”며 “훈련과 경기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방송출연을 허락해 달라”는 요구조건도 밝혔다. 흥국생명이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몇몇은 감독과 선수가 상의해서 결정할 일이기도 하다.

김연경이 가세한 흥국생명은 건강한 V리그 생태계를 위해 모든 팬들이 만족할 새로운 명분을 찾고 있다. 이 구상이 현실로 된다면 김연경의 V리그 유턴은 해피 엔딩이 될 것이다. 10일로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그 내용이 나올 수도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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