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프로 15년차. 하지만 여전히 새내기처럼 발전을 갈구하고 있다. 새 시즌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뛰는 박철우의 이야기다. 박철우는 최근 스포츠동아와 만나 새로운 환경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의왕|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코트 위의 박철우(35·한국전력)에게선 늘 쉰 목소리가 난다. 여느 팀의 활력 넘치는 신예들처럼 늘 목청껏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다니는 까닭이다. 이제 막 프로무대를 밟은 듯 “계속 발전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배구는 뭐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20대의 풋풋한 설렘을 닮았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V리그 남자부 유일의 5500득점 기록에 프로 경력만 15시즌에 이르는 박철우는 스스로를 3년차 이태호(20)와 견준다. “아픈 곳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마음적인 면에선 어린 태호와 내가 가진 열정의 크기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쑥스럽게 웃는 식이다. “몸 컨디션은 100%가 안 될 때가 있지만, 소리 지르는 건 항상 100%로 할 수 있다. 20대처럼 흥 넘치게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는 것만큼은 내가 은퇴할 때까지 꼭 지키겠다”는 자신과의 약속도 있다.
“자꾸 부족함을 느낀다”는 박철우는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플레이 영상을 되돌려보고, 그로도 부족하면 배구를 잘하는 사람들의 영상까지 더 찾아본다. 그는 “아직도 목이 마르다. 신체와 기술, 정신적으로 모든 면에서 계속 발전하고 싶다. 그게 어느 수준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대한으로 내 역량을 다 끌어내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나는 배구를 왜 할까?’라는 물음 앞에서 박철우는 팬을 떠올린다. 어느 날 한 지인과 대화가 박철우의 마음에 큰 울림을 줬다. “너는 너의 플레이를 통해서 보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마음을 느끼게 하잖아.” 이는 “방향성을 찾고 있었다”던 박철우의 길잡이가 됐다. 그는 “내가 누군가에게 기쁨을 준다고 생각하니 배구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나를 통해 힘을 얻어가길 바라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싶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들어선 장인어른이자 오랜 스승인 신치용 진천국가대표선수촌장의 조언도 천천히 곱씹어본다. “네가 직접 25점을 올릴 생각을 할 게 아니라 네가 10점을 올리더라도 동료들이 더 많이 득점할 수 있게 도와줘라.” 이 말은 한국전력으로 이적과 동시에 주장을 맡은 ‘베테랑’ 박철우의 관점을 바로세웠다.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지치면 자극도 주고, 맛있는 걸 사주면서 격려도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는 박철우는 “새 시즌에는 팀이 끈끈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그는 후배들의 고민 상담소 역할도 자처한다. “혹시 내가 모르더라도 인터넷에서 찾아 보여줄 수도 있다. 기꺼이 함께 공부하고, 같이 고민해주고 싶다”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새로운 환경에서 출발하는 기대감도 상당하다. 세터 김명관과 호흡을 맞추는 작업은 또 하나의 자극이자 즐거움이다. “워낙 키가 커서 타점을 잡아 공을 주더라”며 만족스럽게 웃어 보인 박철우는 “내 마음은 늘 경기 시작 전의 기분과 같다. 경기에 딱 들어가려는 순간의 설렘을 항상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나의 배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박철우의 여정이 궁금하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