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황택의는 운이 좋았고 KB손해보험은 미래에 베팅을 했다!

입력 2020-07-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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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마감된 V리그 2020~2021시즌 1차 선수계약에서 가장 화제를 모든 이는 KB손해보험 황택의(24)다. 지난 5시즌 연속 남자부 최고연봉자였던 한선수(대한항공)를 제치고 처음 1위를 차지했다. 발표액도 사상 처음 7억 원을 넘어선 7억3000만 원이다.

2016년 입단해 이제 프로 5년차로 아직 단 한 번도 팀을 ‘봄배구’로 이끌지 못한 세터가 최고연봉을 받자 일각에선 KB손해보험의 결정을 비웃는다. 사실 연봉이 공개되자 배구계 모두가 놀랐다. 무엇보다 황택의가 가장 먼저 놀랐을 터. 하지만 KB손해보험은 나름대로 그렇게 판단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황택의는 예비 FA(자유계약선수)로서 혜택을 받았다. 다음 시즌 후 어떤 선택을 할지는 누구도 모르기에 구단으로선 만일에 대비해 큰 돈을 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는 두 시즌 전 대한항공과 정지석의 계약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정지석은 구단에 “왜 이렇게 많이 주세요”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이제 내년에 다른 구단이 황택의를 영입하려면 우선 KB손해보험에 14억6000만 원을 줘야 한다. A급 FA의 이적보상금(연봉 200%)이다. 여기에 황택의에게 줘야 할 3년 계약 규모까지 고려한다면 KB손해보험은 엄청나게 높은 블로킹 벽을 미리 쌓은 것이다. 그동안 V리그에서 많은 소문이 나돌았던 특정구단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황택의를 쉽게 영입할 수 없게 됐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현재 V리그에는 국가대표급 세터가 부족하다. 아직까지는 한선수가 대표팀 에이스고, 그 다음이 황택의다. 이민규(OK저축은행), 노재욱(삼성화재)도 대표급이지만 군에 입대했거나 입대할 예정이다. 게다가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일찍 신인드래프트에 나온 덕분에 황택의는 불과 24세다. 세터로서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아프지 않아서 내구성도 높다. 발전 가능성까지 본다면 KB손해보험으로선 지금 투자한 돈이 많지 않다고 판단했을 만하다.

내부적으로도 황택의가 필요했다. 구단은 황택의를 중심으로 새로운 팀을 만들려고 한다. 그러려면 중심 역할을 해줄 선수는 무조건 확보해야 했다. 구단은 연봉협상 때 7억3000만 원을 제시하면서 “멀리 보고 함께 가자”고 했다. 이 말에 구단의 장기구상과 황택의에 대한 평가가 다 들어있다.

선수의 몸값은 공급과 수요가 항상 불균형을 이루는 곳에서 결정된다. 더욱이 선수의 가치 평가는 객관적일 수 없고, 공정가격도 없다. 한때 세계 최고의 연봉을 받았던 김연경(흥국생명)이 3억5000만 원에 도장을 찍은 것이 대표적 예다. 지금 당장 필요하면 그 선수의 가치는 한 없이 올라가지만 필요 없으면 아무리 잘해도 가치는 떨어진다. 그런 면에서 황택의는 정말 운이 좋았다.

이제부터 흥미로운 것은 황택의가 보여줄 퍼포먼스다. 연봉을 많이 받아서 나쁠 것은 없지만 호시탐탐 비난할 틈만 노리는 이들에게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 황택의를 원한다고 알려진 그 구단의 행보도 궁금하다. 과연 KB손해보험의 이번 결정은 잘한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일까.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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