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V리그가 관중입장이 가능해지면서 생긴 일들

입력 2020-10-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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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시즌 V리그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15일. 남녀 13개 구단 사무국장들의 단체 대화방에 한국배구연맹(KOVO)의 공지가 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중 입장을 허용하려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이때부터 단체 대화방은 뜨거웠다.

구단의 모든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장들은 불확실한 현재의 상황에서 고민이 많았다. 시즌개막을 앞두고 경기장 안팎을 멋지게 장식하고 관객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은 프로구단으로서는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많은 아이디어와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만만치 않은 비용도 투자하는 것이기에 섣불리 결정할 수도, 도중에 바뀌어서도 안 된다.

지난 시즌은 전혀 방비가 없는 상황에서 무관중으로 전환되면서 텅 빈 관객석을 TV화면에 노출시켜야 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단단히 준비해서 가능한 V리그의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구단들은 제천·KOVO컵에서 선보였던 경기장 장식과 선수단과 관계자들의 동선 분리 등의 방역대책을 기준으로 삼고 각자 구단의 특성을 담으려고 했다.

이때만 해도 시즌이 무관중으로 진행될지 유관중으로 진행될지 예측이 힘들었지만 우선 선수와 관중의 동선을 차단하기 위해 몇몇 구단들은 코트까지 내려오는 이동용 객석을 철거하고 대형 LED 화면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팬과 응원을 함께 하는 것을 기본 콘셉트로 했다.



현대캐피탈은 대형 LED화면을 도입하지 않았다. 코트에는 선수단과 심판, 경기감독관만 있도록 했다. 공식기록을 담당하는 KOVIS를 2층 관객석으로 옮겼다. 팀을 상징하는 색으로 깔끔하게 코트를 단순화시킨 경기장은 더욱 넓어보였고 경기 몰입도는 높아졌다. 현대캐피탈은 “관중이 입장하더라도 현재 꾸며놓은 구조를 바꾸지 않는 선에서 진행 하겠다”고 했다. 대신 배구 특별시의 프랜차이즈 팀답게 현대캐피탈은 경기장 밖에 시즌 36경기를 상징하는 LED조명을 홈경기 때마다 켜기로 했다. 지상 상공 1.5km까지 밤하늘을 밝히는 빛은 유관순체육관 반경 2~3km내의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힘들어하는 천안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불빛이라는 뜻에서 ‘희망의 빛’으로 이름도 붙였다.

다른 구단들도 시청자 혹은 관중들에게 새로운 경기장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구단들은 무관중을 기본으로 준비했던 것들을 1라운드 도중에 뜯어 고쳐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모두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구단들은 실무회의 때 “관중입장 방침을 놓고 구단들이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했다. 이 가운데 2개 구단은 “시즌 끝까지 무관중으로 가겠다”고 했지만 정부의 방침이 정해지는 순간, 입장을 바꿨다. 1라운드 도중에 준비해온 것들을 많이 바꾸고 새로 준비하는 등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다른 구단과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뉴 노멀의 시대, 2020~2021시즌 V리그는 출발부터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은 어디를 가나 다 비슷했던 모습의 경기장이 이제는 저마다 새로운 개성과 특성을 가지고 배구 팬에게 어필하려고 한다. 새로운 시즌 V리그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천안 |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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