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 첫 인터뷰에 울었던 IBK 김하경, “인터뷰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입력 2021-02-24 2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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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김하경(왼쪽)이 24일 화성에서 열린 흥국생명전 승리 후 안나 라자레바와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와 기념촬영 중이다. 라자레바는 "김하경은 자신감이 붙었다. 팀원들에게도 영향이 있었고, 다들 더 자신있게 플레이했다"며 엄지를 세웠다. 화성|최익래 기자

IBK기업은행 김하경(왼쪽)이 24일 화성에서 열린 흥국생명전 승리 후 안나 라자레바와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와 기념촬영 중이다. 라자레바는 "김하경은 자신감이 붙었다. 팀원들에게도 영향이 있었고, 다들 더 자신있게 플레이했다"며 엄지를 세웠다. 화성|최익래 기자

팀이 26번째 경기를 치르는 사이 제2세터의 출장은 8경기, 13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하경(25·IBK기업은행)에게도 기회는 찾아왔다. 화제가 됐던 김유리(30·GS칼텍스)의 생애 첫 인터뷰를 보고 울컥했던 닮은꼴 후배도 그처럼 카메라 앞에 섰다.

IBK기업은행은 24일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 25-23 25-23)으로 승리했다. 다시 3위를 탈환했기에 중요한 경기를 잡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주전 세터 조송화는 1세트부터 2세트 중반까지 다소간 흔들렸다. 그러자 김우재 감독은 제2세터 김하경에게 기회를 줬다. 김하경은 갑작스럽게 투입됐음에도 공격적인 운영으로 활로를 뚫었다. 주포 안나 라자레바는 물론 김희진, 김수지 등 세터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과감함이 돋보였다. 경기 후 김우재 감독도 “백업 세터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다. 좋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운영을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김하경은 2014~2015시즌 V리그 여자부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2016~2017시즌 후 임의탈퇴됐다. 출장 자체가 적었으니 가진 기량을 보여줄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실업팀 대구시청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기회는 왔다. IBK기업은행은 2019~2020시즌을 앞두고 김하경과 다시 계약했다. 당시 IBK기업은행은 염혜선의 이탈로 주전 이나연의 뒤를 받칠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지난 시즌, 그리고 올 시즌 중반까지 묵묵히 힘을 보태자 기회는 왔다. 16일 흥국생명전에서 팀의 3-0 완승을 이끈 게 시작이었다. 이날도 교체로 들어와 경기를 깔끔히 운영했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선정돼 방송사 인터뷰를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생애 첫 경험이었다.

김하경은 “눈물을 살짝 흘렸다. 프로를 떠났다 다시 들어왔던 시간이 생각났다”며 멋쩍게 웃었다. 힘들었던 실업팀에서의 시간. 하지만 김하경은 “더 좋은 계기가 됐다. 이렇게 다시 올 기회 자체가 흔치 않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GS칼텍스 김유리의 인터뷰는 최근 배구계를 넘어 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줬다. 김유리는 팀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배구를 그만두고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했다. 하지만 배구의 끈을 포기하지 않고 실업팀에서 견딘 뒤 다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김유리는 5일 흥국생명전 승리 후 생애 첫 인터뷰를 했다. 김유리는 물론 중계를 맡은 한유미 KBSN스포츠 해설위원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팀을 떠난 이유는 달랐지만, 잠시 코트를 떠났던 기억만큼은 김유리와 김하경의 공통점이다.

김하경은 “나 역시 그 인터뷰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도 ‘내가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라고만 생각했다. 팀원들과 부모님, 주위 사람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화성|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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