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삼성의 히트상품!’ 공·수·주에서 만점 활약을 보이고 있는 삼성의 새 1번타자 정형식이 25일 대구 SK전 6회말 쐐기 2점홈런을 때려낸 뒤 밝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수비 범위 넓고 타격도 뛰어난 재주꾼
류중일감독 “1번 적임자 찾았다” 반색
삼성은 ‘되는 팀’이다. 위기가 닥쳐도 상황에 맞게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시즌 내내 풀리지 않던 1번타자 문제 해결책이 후반기 시작을 알리는 SK와의 대결에서 나왔다. 정형식(21)이다.
지난해 삼성은 배영섭이라는 신예 1번타자를 발굴했다. 기대이상의 활약이었다. 타율 0.294에 51득점 33도루로 공격첨병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신인왕도 그의 몫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배영섭은 1할대 후반∼2할대 초반 타율로 장기 침체에 빠졌고, 이에 삼성의 1번타자 자리도 공석에 가까웠다. 1번타자 부재는 7월 들어 타선이 살아난 삼성이 풀어야 할 마지막 퍼즐이었다.
“1번타자는 좌·우투수에 구애받지 않는 오른손타자가 좋다”던 류중일 감독은 생각을 전환해 24일 대구 SK전부터 최근 타격감이 좋았던 정형식을 1번으로 내세웠다. 정형식에게 1번타자 선발 출장은 프로 데뷔 후 첫 경험이다. 24일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로 성공적인 1번 데뷔전을 치른 정형식은 25일 SK전에서도 능력을 입증했다. 1회 볼넷을 골라 출루한 뒤 최형우의 적시타 때 팀의 첫 득점을 올린 데에 이어 7-2로 앞선 6회 2사 1루선 SK 3번째 투수 전유수를 상대로 쐐기 우월2점홈런(시즌 3호)을 터뜨렸다. 2연속경기홈런.
지난해 아시아시리즈에서의 ‘깜짝 활약’으로 이름을 알린 정형식은 호시탐탐 주전기회를 엿보던 ‘유망주’였다. 시즌 초에는 잘 맞은 타구가 나와도 번번이 수비 정면으로 향하는 불운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낭중지추’라는 사자성어가 어울리게 불운에 가려질 재능은 아니었다. 넓은 수비범위를 바탕으로 주전 중견수로 도약하면서 조금씩 입지를 넓혀나갔다.
정형식은 “고등학교 때까지는 수비가 약하고 타격이 강한 선수였다. 프로에서 오히려 타격이 약하고 수비가 강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타격은 늘 자신 있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리드오프 기용은 공격재능을 펼칠 좋은 기회였고, 그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류 감독은 “역할을 잘해줬다. 1번타자 자리에 계속 정형식을 기용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믿음을 나타냈다. 1번 자리에 적임자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류 감독의 얼굴에 햇살이 들기 시작했다.
대구|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