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대표팀 주장 조소현(8번)이 4일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5동아시안컵 일본전 후반 9분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1일 중국전에서 오른쪽 무릎 십자 인대 부상을 당해 조기 귀국한 심서연과 함께 기쁨을 나누기 위해 4번이 적힌 그의 유니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진짜 뭉클한 순간은 따로 있었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환하게 미소 짓던 조소현은 한국 벤치로 뛰어갔다. 그리고는 동료로부터 무언가를 전달받았다. 1일 중국과의 대회 1차전에서 오른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중도 귀국한 대표팀 동료 심서연(26·이천대교)의 유니폼 상의였다. 조소현이 이를 번쩍 치켜 올리자 모두가 환호했다. 운명의 라이벌전을 앞두고 “(심)서연이 언니의 몫까지 우리가 뛰겠다”며 의지를 불태운 태극낭자들은 첫 골이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 미리 준비한 ‘심서연 세리머니’를 펼쳤다.
2015캐나다여자월드컵 16강 주역인 심서연은 이번 대회에서 ‘비운의 스타’가 됐다. 중국전에서 캡틴 완장을 찬 그녀는 후반 초반 부상당하기 전까지 팀의 중심축으로 상대의 공격을 철저히 차단했다. 그러나 중국의 맥을 끊기 위해 전력질주를 하다 쓰러졌다. 결국 들것에 실려 그라운드를 나온 심서연은 3일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 오른쪽 무릎 십자 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결국 4일 홀로 쓸쓸히 귀국했다. 자신의 무릎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펑펑 눈물을 쏟던 심서연은 이날 휠체어를 타고 우한공항으로 향하기 전, 동료들에게 한 가지 당부를 남겼다. “일본도, 북한(8일)도 멋지게 이겨줘!”
한국의 저력은 종료 직전 전가을(27·인천현대제철)의 역전골로 확실한 결실을 맺었다. 비록 심서연과 함께 하지 못했지만 마음으로 뭉친 동료들은 먼저 귀국한 심서연을 위해 뛰었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었다. 부상 시련 속에서 심서연은 큰 용기를 얻었으리라 믿는다.
■ 동점골·결승골 주인공 소감
“첫골 심서연 세리머니 사전약속”
● 조소현(동점골)
첫 골을 넣으면 (심)서연이를 위한 세리머니를 하자고 사전에 약속했다. 내심 내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전반 실점 장면에서 내 패스미스가 빌미가 돼 더 분발하려고 했다. 여자들이라 그런지 서로 힘들 때 더 의지하고 잘 뭉친다. 새로운 선수들이 잘하고 있어 기존 멤버들이 자극을 받는다. 북한전을 기대하는 동료들이 많다. 나도 지고 싶지 않다.
“프리킥 골 넣은 건 A매치 처음”
● 전가을(결승골)
프리킥 골을 넣은 건 이번이 A매치 처음인 것 같다. 오늘 골은 운으로 들어간 것 같다. 그냥 느낌이 좋았다. 우리 팀이 정말 분위기가 좋다. 우승을 하면 10년 만이라고 하는데, 그때 뛴 선수가 (골키퍼) 김정미 언니뿐이다. 상금도 두둑하다고 들었다. 북한전에 출전 시간이 얼마나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우한(중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