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면 라면 실컷 먹고 술한잔 쭈욱∼
태릉선수촌 라면, 그리고 절친한 친구들과의 술 한 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를 새로 쓴 이승훈(22)와 모태범(21)의 소박한 소망이다.이승훈은 낯을 가리고 과묵하지만, 모태범은 거침없고 적극적이다. 서로 다른 성격의 둘은 자석의 양극처럼 끌렸다. 단거리와 장거리로 종목이 다르니 경쟁할 일도 없었다.
결국 둘은 함께 한국 빙속 역사에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19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가장 그리운 건? 친구 그리고 라면
밴쿠버 선수촌 식사, 물론 맛있다. 하지만 이제 물릴 때도 됐다. 이들과 절친한 이상화도 “한국 가서 집밥을 먹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이승훈이 “한국에 가면 태릉선수촌 자판기 라면을 다 먹어버리자”고 하자 모태범은 “그동안 못 봤던 친구들을 모두 모아 ‘간담회’를 열자”며 판을 키웠다. 특히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동료 송진수는 모태범이 크게 ‘쏘고’ 싶은 상대. 둘은 “돈이 없으면 빚을 내서라도” 친구들에게 한 턱 내겠다고 했다.
○새로 생긴 별명? ‘꽃미남’과 ‘모터범’
운동선수가 유명세를 타면, 별명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이승훈은 ‘꽃미남 스케이터’, 모터처럼 빠르게 빙판을 도는 모태범에게는 ‘모터범’라는 별명이 붙었다.
모태범은 “승훈이는 너무 외모가 느끼하다. ‘꽃미남’보다는 ‘숯검댕이 눈썹’이 좋다”고 평가(?)했다. 또 이승훈은 “나는 태범이를 ‘곰탱이’라고 부른다”면서 “태범이는 친구들과 있을 때도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단점은 사고를 너무 많이 친다는 것”이라고 슬쩍 거들었다.
○이상형은 소녀시대…한국가면 멋 좀 낼래요
둘의 공통점은 또 있다. 9인조 걸그룹 소녀시대를 좋아한다는 것. 특히 이승훈은 멤버 중 윤아가 이상형이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없는 모태범은 “소녀시대가 이상형이긴 하지만, 요즘은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이라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며 웃었다.
신세대답게 외모에도 신경 쓰는 둘은 한국에 가면 “옷도 사고 머리도 다듬고 멋 좀 내고 다녀야겠다”며 입을 모았다. 또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질 테니, 장난스럽게 “함께 당당히 걸어보자”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마냥 들뜬 것은 아니다. 모태범은 “주위의 좋은 선생님들 덕분에 달라질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했고, 이승훈도 “느슨해질 때마다 서로 지적해주면서 버티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의 최종 목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함께 출전하는 것이다.밴쿠버(캐나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