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배기완 아나의 잊지 못할 순간] 김연아와 함께 울고 웃은 3년…스포츠 캐스터 배기완 인터뷰

입력 2010-03-14 18: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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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감격한 금메달의 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다. SBS의 배기완 아나운서가 그 주인공. ‘금메달 아나운서’란 애칭에 걸맞게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박태환, 2월 밴쿠버 올림픽에선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생생하게 전했다.

온 국민이 감격한 금메달의 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다. SBS의 배기완 아나운서가 그 주인공. ‘금메달 아나운서’란 애칭에 걸맞게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박태환, 2월 밴쿠버 올림픽에선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생생하게 전했다.

□ 올림픽 피겨 ‘명품 중계’로 뜬 배기완 아나운서

나의 잊지 못할 순간들



“당신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 2010년 연아 금메달때 눈물도,말도 아끼며

“으아악! 울어도 좋습니다”


- 2008년 박태환 금메달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대한민국의 스포츠 역사가 올림픽 무대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을 때 두 번이나 그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생생하게 전달한 사람이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박태환, 그리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그들과 함께 현장서 울고 웃은 스포츠캐스터 SBS 배기완 아나운서(50).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진행으로 ‘절제된 명품 진행’이라는 호평을 듣지만, 때로는 현장의 감동과 흥분을 지나치게 솔직하게(?) 전달하는 고함과 격정의 진행 스타일 때문에 시청자의 원성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 배 아나운서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질 않는다. 한국 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금메달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했다는 보람, 그래서 그는 “누가 뭐래도 나처럼 복이 많은 캐스터는 없을 것”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 스포츠중계를 들을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날 그는 청바지, 보라색 셔츠, 흰색 스니커즈 차림으로 나왔다)


“사실 아나운서들이 화면에 실제보다 촌스럽게 나온다(하하). 격식이 중요한 골프 중계를 할 때를 제외하고 편히 입는다. 나이 쉰 살이 넘었는데 아직도 청바지를 즐겨입는다. 요즘에는 주위에서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는데 다들 놀라시는 것 같다.”


- 동계 올림픽 피겨 중계가 ‘깔끔하고 절제된 명품 진행’이라고 호평이 많다.

“다른 종목과 달리 피겨는 김연아 선수 덕분에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부터 전문가까지 다양하다. 모두 만족하기란 쉽지 않다. 말을 너무 많이 하면 ‘몰입에 방해한다’고 욕을 먹고, 반대로 경기 감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말을 너무 줄이면 ‘중계를 제대로 하는 거냐’는 비난을 듣고, 그래서 캐스터라는 직업이 어렵다.”


- 그래도 양쪽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

“그래서 나름대로 진행의 공식을 세웠다. 선수가 등장할 때는 일반적인 정보와 이번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음악 등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경기할 때는 최대한 설명을 줄였다.”


- 중계 때 말을 너무 아끼면 시청자가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나.

“예를 들면 김연아가 트리플 러츠를 성공했을 때는 ‘최고의 점프였다’라고 짧게 말한다. 온 국민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순간에 트리플 러츠에 대해 구구절절히 설명을 하겠나. 구체적인 설명은 나중에 되돌려보기(리플레이)를 할 때 말하면 된다. 내가 생각하는 피겨 중계의 미덕은 시청자가 얼음 위에 스케이트 날이 지나가는 소리 등 현장의 느낌을 충분히 만끽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 사람들의 반응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박태환 선수 경기 때와 극과 극이다.

“당시 여러 사람들에게 ‘중계는 없고 고성만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4분10초 동안의 중계를 끝까지 들어보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때 출발 신호가 울리고 100m를 돌 때까지는 평소대로 진행을 했다. 그런데 400m 결승점이 가까워졌을 때 박태환 선수가 1등이 유력했던 미국 젠센 선수를 따돌리고 선두로 들어오고 있었다. 과연 그 상황에서 어떤 차분한 설명이나 소개가 필요하겠는가. 그래서 현장의 느낌을 솔직하게 담아 ‘됐어! 이젠 됐어’, ‘울어도 좋아요’라고 말했다.


- 자신의 중계 스타일에 대한 비판이 서운하지는 않은가.

“내 중계 스타일에 대해 ‘너무 감성적이다’ ‘소리를 지른다’고 비판이 있는 것을 안다. 그러나 전체가 아닌 어느 한 부분만 보고 매도한다면 ‘스포츠 중계를 하지 말아야 하나’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제가 성량이 좋지 못해 소리를 지르면 거북하게 들렸을 수 있는데, 그런면에서 죄송하다.”


- 스포츠중계를 하려면 해당 종목의 폭넓은 정보와 지식이 필요할 것 같다.

“어떤 종목을 할지 중계가 결정되면 그날부터 정보수집의 전쟁을 벌인다. 누가 얼마나 많은 자료 수집을 해서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 중계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1년 동안 준비했다. 그렇게 마련한 방대한 자료를 추려 A4용지 1∼2장에 요약한다. 그렇다고 그것을 모두 중계에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야 마음이 든든하다.”

‘피겨 여제’ 김연아 선수와 방송을 앞두고 담소를 나누는 배기완 아나운서. [사진제공=SBS]

‘피겨 여제’ 김연아 선수와 방송을 앞두고 담소를 나누는 배기완 아나운서. [사진제공=SBS]



-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순간의 멘트도 준비했던 건가.

“중요한 순간에 말이 꼬이거나 버벅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간단한 멘트는 미리 써놓는 편이다. 하지만 그때는 김연아 선수의 눈물을 보고 그냥 가슴에서 말이 쏟아졌다. ‘그동안 우리가 안겨줬던 부담, 우리가 다시 짊어지겠습니다. 당신은 행복한 스케이터라고 했는데, 당신 때문에 우리가 진정 행복합니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막 눈물이 났지만 캐스터가 냉정하지 못하다고 할까 봐 억지로 참았다.”


- 타티아나 타라소바에서 유래된 ‘배라소바’와 ‘금메달 아나운서’라는 별명이 있다.

“처음에 김연아 선수가 ‘배라소바 아저씨’라고 불렀다. 김연아 선수의 어머니도 그렇게 불렀고. 인정을 받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타라소바가 아사다 마오의 코치가 되면서 점차 없어지더라. 요즘에는 중계하는 종목마다 금메달을 딴다고 기분 좋은 별명을 붙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 스포츠중계할 때 캐스터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의외의 상황이 벌어질 때 제일 난감하다. 2002년 김동성과 오노의 경기 중계를 할 때 가장 힘들었다. 그때 전이경 위원과 벌떡 일어나 말도 안 된다고 흥분을 했다. 앞에 있던 종이도 던지고 그랬는데…. 이번 여자 3000m계주 금메달 실격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심판의 결과만 기다려야 하는 애매한 상황에서 캐스터로서 어떻게, 무슨 말을 하며 대처해야할지 어렵다.”


- 아버지가 중계하는 경기를 보고 집에서는 뭐라고 하나.

“딸이 둘인데, 지금은 별로 챙겨보지 않는 것 같다. 둘째가 고등학생일 때 학교 강당에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내가 중계를 맡은 야구와 양궁 경기를 틀어줬다고 한다. 그때까지 반 친구들은 내 직업이 아나운서인지 몰랐다. 친한 친구가 지금 중계하는 사람이 ‘얘 아빠야’라고 말했더니, 반 친구들이 축하해줬다고 하더라. 그래서 중계 도중 문자를 보내왔다. ‘아빠도 스타 됐고, 덕분에 나도 스타됐어!’라고 했을 때 뿌듯했다.”


- 앞으로도 피겨는 계속 중계를 맡을 것인지.

“이번에 김연아가 출전하는 2010년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는 후배인 이현경 캐스터가 중계를 한다. 앞으로는 원래 주종목인 골프를 중점적으로 중계할 것 같다. 야구나 피겨 등 인기 종목은 혼자만 할 수 있나. 이제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한다. 제가 쌓아온 노하우나 자료를 함께….”



● 배기완은 누구?


한양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춘천 MBC 아나운서로 입사. 이후 스포츠중계를 하다가 1996년 경력 아나운서로 SBS 입사. 이후 20년째 스포츠캐스터로 일하고 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주요 경기 중계에 참
가했다. 2008년 대한민국 아나운서 대상에서 스포츠캐스터상을 받았다. 현재 매일 아침 방송하는 ‘좋은 아침’을 최영아 아나운서와 함께 맡고 있고, 매주 월요일 밤 방송하는 ‘SBS 골프’도 맡고 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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