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시리즈 나지완 끝내기포 그 순간…
달랑 이 한마디만 했다고 욕 한바가지 먹었죠
배기완 아나운서가 20년 동안 국내외 스포츠경기를 중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꼽은 것은 역시 예상대로 이번 동계올림픽 피겨의 김연아 선수 프리 스케이팅이었다.
배 아나운서는 “많은 준비를 했지만 ‘좋은 중계는 말을 줄이는 작업’이라는 제 생각을 대입한 중계였다”며 “선수, 관중, 캐스터, 시청자가 하나가 될 수 있었던 많지 않은 기회였고 무엇보다 가장 많은 칭찬(?)을 받은 경우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꼽은 최악의 중계는 언제일까. 뜻밖에 드라마틱한 역전승이 벌어진 2009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기아와 SK의 7차전이다. 배 아나운서는 이날 중계를 20년 스포츠캐스터 인생에서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은 중계라고 했다.
“기아의 나지완 선수가 끝내기 역전 홈런을 쳤을 때, 캐스터 입장에서 ‘가장 임팩트가 강한 한 마디만 외치고 침묵해 경기장 분위기를 시청자가 그대로 느끼게 하자’는 생각에 ‘기아 우승!!’ ‘기아 우승!!’을 외치고 말을 하지 않았는데…. 무려 10년 만에 우승을 하는 것인데 달랑 한 마디만 했다고 비난을 무지 들었다. 감동도 없고, 흥분도 없는 중계라는 악평에 시달렸고, 외국 캐스터들의 멋진 중계와 비교 당하며 질책도 많이 받았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