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송승준이 2실점으로 끝난 1회 수비를 마친 뒤 자신에게 화가 난듯 어두운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독한 마음은 결국 8이닝 2실점, 시즌 2승으로 이어졌다.사직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넥센전 8이닝 9K 뚝심투 부활
“아내가 그동안 맘 고생 많았죠”
좌완에이스들이 총출동한 날. 롯데 송승준이 우완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켰다.
시범경기에서 만난 송승준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 시즌 중반 이후의 부진. 하지만 2009년 12월 신부 김수희 씨와의 백년가약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했다. “기술보다는 마인드가 문제였다”고 진단한 송승준은 “이제 내 어깨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 책임감이 생긴다”고 했다. 신부 뿐만 아니라 ‘허니문 베이비’까지. 결혼 이후 금세 가족이 한 명 더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된 뒤 송승준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29일 사직 넥센전을 앞둔 롯데 양상문 투수코치는 “송승준은 원래 슬로 스타터 체질이라서 날이 좀 풀려야 위력이 나온다”고 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송승준의 4월 한달 평균방어율은 6.22에 그쳤다. 하지만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는 8승1패 2.65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3연속 완봉승도 6∼7월에 나왔다.
올 시즌 초반 이상저온 현상. 송승준의 시즌 초 부진은 더욱 심했다. 28일까지 4경기에 선발등판해 1승2패, 방어율은 9.00까지 치솟았다. 추운 날씨에 무거워진 어깨 때문에 구위가 살지 않았고, 특유의 뚝심 피칭이 사라졌다. 하지만 마냥 날씨 탓만 할 수는 없었다. 손민한의 부상으로 생긴 선발진의 공백. 팀의 중고참으로서 책임감이 더 컸다.
29일 넥센전. 송승준은 1회 3안타를 맞으며 2점을 내줬다. 상대 선발은 에이스 금민철. 롯데에게 암운이 드리웠다. 하지만 1회 2사 1·2루의 추가실점 위기를 막은 송승준은 8회까지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6안타 2실점 9탈삼진의 완벽투구였다. 팀의 5-2 승리를 이끌며 시즌2승째.
오랜만의 인터뷰였다. 송승준이 가장 먼저 얘기를 꺼낸 사람은 역시 아내였다. “우리 와이프가 나 안 보이는데서 많이 힘들었다.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올시즌 계속 부끄러운 피칭을 해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자신있게 투구하고 지더라도 공격적인 피칭을 하자고 다짐했다는데 잘 먹혔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직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