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캠프 핫이슈] 지성·청용 집으로 갓!…왜?

입력 2010-05-12 19: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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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파주 NFC. 오후 2시20분경 축구협회 홍보국 직원 박일기 씨가 기자실로 들어섰다. 그는 언론담당으로 대표팀의 ‘입과 귀’ 역할을 한다.

오른손에 꽉 움켜쥔 수첩, 잔뜩 상기된 표정. 기자실 계단을 한 걸음에 올라온 것으로 봐서 뭔가 중요한 전달 사항이 있는 듯 했다

“잠시 모두 좀 모여주세요. 브리핑할 내용이 있습니다.”

취재진의 눈이 일제히 박 씨의 입에 쏠렸다.

“박지성과 이청용 선수가 나간 이유는 외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순간 기자실이 술렁였다. 시계를 잠깐 거꾸로 돌려보자.

이보다 약 1시간 전인 1시20분 경. 이청용이 자신의 차를 직접 몰고 NFC를 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자주는 아니지만 선수들이 가끔 간식거리 등을 사기 위해 잠시 나가는 경우가 있기에 이 때까지만 해도 모두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30분 뒤 상황이 바뀌었다.

승용차를 타고 NFC를 빠져 나가는 박지성의 모습이 목격됐다. 30분 시차를 두고 두 선수가 어디로 간 것이냐는 문의가 잇따랐다.

둘은 낮 12시 소집 직후 점심을 한 뒤 허정무 감독과 잠시 면담을 나눴고 이 자리에서 허 감독은 2박3일간 외박을 주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14일 낮 12시에 다시 합류한다.


● 일거수일투족이 관심

대표팀 선수 2명이 외박 받은 것을 갖고 취재진이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을까. 그건 박지성과 이청용이 대표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박지성과 이청용이 오랜만에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는데 허 감독의 외박 허용으로 물거품이 됐으니 허탈할 수밖에.


● 소통이 중요하기에

사실 박지성과 이청용의 휴가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허 감독은 소집 전부터 “소집 후 박지성과 이청용에게 휴식을 주겠다”고 누차 밝혔었다.

박지성 역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숙소로 들어가기 직전 “어제 잘 쉬었느냐”고 묻자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작 하루인데 얼마나 잘 쉬었겠어요”라고 답했다.

여기서 잠시 의문이 있다. 허 감독은 10일 소집 첫 날도 11명을 모두 파주로 불러 모은 후 오후 훈련을 가볍게 소화하고 다음 날 1박 2일의 외박을 줬다. 이날도 박지성과 이청용은 들어온 지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휴가를 받았다.

아예 파주로 들어오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게 좀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허 감독의 인터뷰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이 서로 익숙해지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눈빛만 봐도 서로 의도하는 바를 해내야 한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는 물론 선수들 간에도 소통이 절실하다.”

중요한 건 소통이었다. 잠시나마 얼굴을 직접 맞대고 대화를 나누고 몸 상태를 체크하는 일이 허 감독에겐 중요했던 것이다. 특히 경기장에서 직접 볼 기회가 적은 해외파의 경우 이런 미팅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허 감독은 “나도 선수들도 그렇고 훈련보다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에콰도르 전만 아니면 좀 더 긴 휴식을 줬을 것이다. 에콰도르 전은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실전 기회를 줄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파주|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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