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윤석민이 임태훈에게 묻다

입력 2010-05-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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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은 고등학교시절보다 20kg이나 체중이 불었다. 하지만 ‘물살’은 아니다.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이 붙으면서 ‘공끝’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스포츠동아DB

임태훈은 고등학교시절보다 20kg이나 체중이 불었다. 하지만 ‘물살’은 아니다.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이 붙으면서 ‘공끝’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스포츠동아DB

“형이 뽑히면 내가 또 물먹는 것 아냐? ㅋㅋ”
태훈아! 광저우 함께가자
금메달 꼭 목에 걸어 줄게
Q. 태훈아, 주야장천 직구승부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냐?
슬라이더 연습 잘하고 있지?

A. 난 직구하나로 먹고 살았잖아
요행 안바라는게 비결이랄까
형에게 배운 슬라이더 약발 굿!

선수가 선수에게 직접 묻고 답하는 ‘릴레이 인터뷰’ 7회에선 KIA 윤석민(24)이 질문자가 돼 2년 후배인 두산 임태훈(22)을 인터뷰했다. 2008년 전반기를 다승1위, 방어율 2위로 마쳤던 윤석민은 베이징올림픽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지만 대회 직전 임태훈이 난조를 보이자 그 대신 태극마크를 달았고, 결국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두 사람의 ‘어긋난 운명’에 대한 잔상은 세상 사람들의 것일 뿐, 아쉬움의 대상자였던 임태훈에겐 전혀 그런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았다. 임태훈은 릴레이인터뷰 8회 대상자로 동기생인 KIA 양현종(22)을 지목했다.

○윤석민이 임태훈에게=태훈아, 다음 질문자를 누구를 할까 고민할 겨를도 없이 네가 생각난다. 우리는 사실 그렇게 친해질 기회가 없었잖아. 그래도 태훈이를 보며 난 항상 특별한 인연이라고 생각해. 올림픽 때 서로에 대해 알게 됐지. 올 시즌 초 성적이 좋지 않지만 빨리 정상 컨디션 찾아서 광저우아시안게임엔 꼭 함께 가자. 내가 죽을 힘을 다해 던져서 태훈이 목에 꼭 금메달 걸 수 있도록 할게! 일본이 프로선수들이 안나온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심해야지. 태훈이 금메달을 위해서라도 나도 컨디션 조절 잘해야겠다. (5월 6일·광주구장)


○임태훈이 윤석민에게=(임태훈은 윤석민이 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 자신을 지목할 줄 알았다며 얘기를 시작했다) 석민이 형, 난 형을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어. 서울고 다닐 때 내 투수코치님이 석민이 형 투수코치님이었잖아요. 형이 프로 갓 입단했을 때 코치님이 형 투구폼이 부드러워서 힘만 생기면 좋은 투수가 될 거라는 얘기를 했었거든. 그때부터 형을 관심있게 봤지. 하지만 우리가 친해진 건 WBC 때였던 것 같아. 올림픽 덕분에 더 친해질 수 있었고. 참! 광저우에 대한 말은 고마운데 난 그냥 올 시즌 성적에만 집중하려고. 그런데 내가 잘 해도 또 형 때문에 안 뽑히는 거 아니야? 그러면 형네 집에 쳐들어 갈 거야. 아니, 광저우에 사비 들여서 가서 형 등판할 때 못 하라고 악담 퍼부을 거야. ㅋㅋ. (5월 12일·잠실구장)


-공 던지는 거 보면 주야장천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하던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직구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거야?
“아니, 형이 국내 대표적인 컨트롤 피처인데 지금 저 약 올리시는 거죠?(웃음) 직구는 그냥 주변 형들도 그렇고 포수들도 그렇고 공 끝이 좋은 편이라 해서 자신감 있게 던지고 했는데 그게 타자들한테 잘 안 맞더라고요.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직구 위주의 피칭이었어요. 직구 하나로 먹고 살았는데. 그리고 전 일단 공을 던질 때 볼을 던지려면 확실한 볼, 스트라이크를 던지려면 확실한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해요. 이건 가운데보다는 몸쪽, 바깥쪽으로 던질 때 방법인데. 유인구를 던지려다가 걸쳐서 스트라이크가 되길 바라는 것보다 이게 낫더라고요. 잠깐, 근데 이거 가르쳐줬다가 석민이 형 더 잘 던지는 거 아니야? ㅋㅋ”


-최근 성적이 안 좋고 몸도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아시안게임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큰 건 아닌지 걱정된다. 어때?
“많이 좋아지긴 했어요. 빨리 몸을 추스르고 야구 잘 하고 싶어요.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광저우에 대한 부담감은 그렇게 크진 않아요. 일단 성적부터 내는 게 급선무죠.”


-나 같은 경우에는 2년 정도 불펜을 하다가 선발을 하고 있지. 태훈이도 본격적으로 선발로 던지고 싶지는 않니?(윤석민의 질문 후 임태훈은 9일 롯데전에서 생애 첫 선발승을 따낸 뒤 이후 선발투수로 보직이 확정, 변경됐다.)
“나도 고등학교 때 선발투수였고 프로 와서도 선발투수를 하고 싶었어요. 열심히 하다보면 원하는 목표지점에 닿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나저나 형. 형은 선발이 왜 자꾸 마무리로 자청해서 던지려고 그래? 형이 선발로테이션 중간에 마무리로 던지고 다음 등판에 완투승 하면 나중에 나머지 구단 선발투수들은 어떻게 돼. 남들 입장도 생각 좀 해봐.ㅋㅋ”


- 벌써 제법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베이징 때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어. 괜히 네 자리를 내가 뺏은 것 같아서 말이야.

“사실 그때는 내가 못해서 못 간 거지, 뭐. 오히려 못한 걸 만회하려고 하다가 더 못 했고. 내가 내 자리를 버린 거지. 그래도 WBC 때부터 형이 밥 많이 사줬잖아.^^”


-WBC에서 내가 슬라이더 가르쳐줬잖아. 연습은 잘 되고 있어?
“응. 연습은 하고 있는데 형 방식대로 그립을 잡으면 난 형보다 손이 커서 공이 많이 감기더라고. 그래서 원래 던지는 그립대로 하고 던지는 느낌은 형에게 배운 대로 하고 있어. 덕분에 잘 사용하고 있어. 고마워요.”


-얼굴이 잘 생기고 그래서 팬이 정말 많은 것 같아. 도대체 몇 명이나 되는 거야?
“2주 전에 선발투수 얘기가 나오고 나서 예전에 던졌던 투구밸런스를 좀 보려고 고등학교 때 찍은 100주년 비디오를 봤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 머리카락을 쥐며)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가끔 거울 보면 이게 사람이야, 돼지야 싶거든. 그래도 팬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니까 고맙지.

곱상한 외모로 두산팬들의 사랑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우유빛깔 임태훈. ‘두목곰’ 김동주 역시 임태훈을 아낀다. 스포츠동아DB

곱상한 외모로 두산팬들의 사랑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우유빛깔 임태훈. ‘두목곰’ 김동주 역시 임태훈을 아낀다. 스포츠동아DB



-여자친구는 있어?
“여자친구 없이 산 지 2년쯤 됐어요. 왜? 형이 한 명 소개시켜주게?”


-두산 선수들 중에서 누구와 가장 친해? “다 친한데…. 친화력이 나의 유일한 장점 아닐까? 잘 어울리는 사람은 (김)현수 형, (이)원석이 형. 아! 그리고 (김)동주 선배님. 선배님 집에 가서 자고 그러니까. ”


-나중에 어떤 투수가 됐으면 좋겠어?
“꿈은 초등학교 때부터 항상 한결 같았어요. 첫 번째, 나만의 색이 있는 투수가 되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 세계 최고가 되는 거. 만약 그때 형이 최고 자리에 있으면 그거 내가 빼앗을 거야. ㅋㅋ ”

정리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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