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은 고등학교시절보다 20kg이나 체중이 불었다. 하지만 ‘물살’은 아니다.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이 붙으면서 ‘공끝’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스포츠동아DB
“형이 뽑히면 내가 또 물먹는 것 아냐? ㅋㅋ”
태훈아! 광저우 함께가자금메달 꼭 목에 걸어 줄게
Q. 태훈아, 주야장천 직구승부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냐?
슬라이더 연습 잘하고 있지?
A. 난 직구하나로 먹고 살았잖아
요행 안바라는게 비결이랄까
형에게 배운 슬라이더 약발 굿!
선수가 선수에게 직접 묻고 답하는 ‘릴레이 인터뷰’ 7회에선 KIA 윤석민(24)이 질문자가 돼 2년 후배인 두산 임태훈(22)을 인터뷰했다. 2008년 전반기를 다승1위, 방어율 2위로 마쳤던 윤석민은 베이징올림픽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지만 대회 직전 임태훈이 난조를 보이자 그 대신 태극마크를 달았고, 결국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두 사람의 ‘어긋난 운명’에 대한 잔상은 세상 사람들의 것일 뿐, 아쉬움의 대상자였던 임태훈에겐 전혀 그런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았다. 임태훈은 릴레이인터뷰 8회 대상자로 동기생인 KIA 양현종(22)을 지목했다.
○윤석민이 임태훈에게=태훈아, 다음 질문자를 누구를 할까 고민할 겨를도 없이 네가 생각난다. 우리는 사실 그렇게 친해질 기회가 없었잖아. 그래도 태훈이를 보며 난 항상 특별한 인연이라고 생각해. 올림픽 때 서로에 대해 알게 됐지. 올 시즌 초 성적이 좋지 않지만 빨리 정상 컨디션 찾아서 광저우아시안게임엔 꼭 함께 가자. 내가 죽을 힘을 다해 던져서 태훈이 목에 꼭 금메달 걸 수 있도록 할게! 일본이 프로선수들이 안나온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심해야지. 태훈이 금메달을 위해서라도 나도 컨디션 조절 잘해야겠다. (5월 6일·광주구장)
○임태훈이 윤석민에게=(임태훈은 윤석민이 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 자신을 지목할 줄 알았다며 얘기를 시작했다) 석민이 형, 난 형을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어. 서울고 다닐 때 내 투수코치님이 석민이 형 투수코치님이었잖아요. 형이 프로 갓 입단했을 때 코치님이 형 투구폼이 부드러워서 힘만 생기면 좋은 투수가 될 거라는 얘기를 했었거든. 그때부터 형을 관심있게 봤지. 하지만 우리가 친해진 건 WBC 때였던 것 같아. 올림픽 덕분에 더 친해질 수 있었고. 참! 광저우에 대한 말은 고마운데 난 그냥 올 시즌 성적에만 집중하려고. 그런데 내가 잘 해도 또 형 때문에 안 뽑히는 거 아니야? 그러면 형네 집에 쳐들어 갈 거야. 아니, 광저우에 사비 들여서 가서 형 등판할 때 못 하라고 악담 퍼부을 거야. ㅋㅋ. (5월 12일·잠실구장)
-공 던지는 거 보면 주야장천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하던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직구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거야?
“아니, 형이 국내 대표적인 컨트롤 피처인데 지금 저 약 올리시는 거죠?(웃음) 직구는 그냥 주변 형들도 그렇고 포수들도 그렇고 공 끝이 좋은 편이라 해서 자신감 있게 던지고 했는데 그게 타자들한테 잘 안 맞더라고요.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직구 위주의 피칭이었어요. 직구 하나로 먹고 살았는데. 그리고 전 일단 공을 던질 때 볼을 던지려면 확실한 볼, 스트라이크를 던지려면 확실한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해요. 이건 가운데보다는 몸쪽, 바깥쪽으로 던질 때 방법인데. 유인구를 던지려다가 걸쳐서 스트라이크가 되길 바라는 것보다 이게 낫더라고요. 잠깐, 근데 이거 가르쳐줬다가 석민이 형 더 잘 던지는 거 아니야? ㅋㅋ”
-최근 성적이 안 좋고 몸도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아시안게임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큰 건 아닌지 걱정된다. 어때?
“많이 좋아지긴 했어요. 빨리 몸을 추스르고 야구 잘 하고 싶어요.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광저우에 대한 부담감은 그렇게 크진 않아요. 일단 성적부터 내는 게 급선무죠.”
-나 같은 경우에는 2년 정도 불펜을 하다가 선발을 하고 있지. 태훈이도 본격적으로 선발로 던지고 싶지는 않니?(윤석민의 질문 후 임태훈은 9일 롯데전에서 생애 첫 선발승을 따낸 뒤 이후 선발투수로 보직이 확정, 변경됐다.)
“나도 고등학교 때 선발투수였고 프로 와서도 선발투수를 하고 싶었어요. 열심히 하다보면 원하는 목표지점에 닿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나저나 형. 형은 선발이 왜 자꾸 마무리로 자청해서 던지려고 그래? 형이 선발로테이션 중간에 마무리로 던지고 다음 등판에 완투승 하면 나중에 나머지 구단 선발투수들은 어떻게 돼. 남들 입장도 생각 좀 해봐.ㅋㅋ”
- 벌써 제법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베이징 때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어. 괜히 네 자리를 내가 뺏은 것 같아서 말이야.
“사실 그때는 내가 못해서 못 간 거지, 뭐. 오히려 못한 걸 만회하려고 하다가 더 못 했고. 내가 내 자리를 버린 거지. 그래도 WBC 때부터 형이 밥 많이 사줬잖아.^^”
-WBC에서 내가 슬라이더 가르쳐줬잖아. 연습은 잘 되고 있어?
“응. 연습은 하고 있는데 형 방식대로 그립을 잡으면 난 형보다 손이 커서 공이 많이 감기더라고. 그래서 원래 던지는 그립대로 하고 던지는 느낌은 형에게 배운 대로 하고 있어. 덕분에 잘 사용하고 있어. 고마워요.”
-얼굴이 잘 생기고 그래서 팬이 정말 많은 것 같아. 도대체 몇 명이나 되는 거야?
“2주 전에 선발투수 얘기가 나오고 나서 예전에 던졌던 투구밸런스를 좀 보려고 고등학교 때 찍은 100주년 비디오를 봤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 머리카락을 쥐며)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가끔 거울 보면 이게 사람이야, 돼지야 싶거든. 그래도 팬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니까 고맙지.
곱상한 외모로 두산팬들의 사랑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우유빛깔 임태훈. ‘두목곰’ 김동주 역시 임태훈을 아낀다. 스포츠동아DB
-여자친구는 있어?
“여자친구 없이 산 지 2년쯤 됐어요. 왜? 형이 한 명 소개시켜주게?”
-두산 선수들 중에서 누구와 가장 친해? “다 친한데…. 친화력이 나의 유일한 장점 아닐까? 잘 어울리는 사람은 (김)현수 형, (이)원석이 형. 아! 그리고 (김)동주 선배님. 선배님 집에 가서 자고 그러니까. ”
-나중에 어떤 투수가 됐으면 좋겠어?
“꿈은 초등학교 때부터 항상 한결 같았어요. 첫 번째, 나만의 색이 있는 투수가 되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 세계 최고가 되는 거. 만약 그때 형이 최고 자리에 있으면 그거 내가 빼앗을 거야. ㅋㅋ ”
정리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