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걸그룹 카라의 일부 멤버 이탈로 해체 위기를 맞으면서 국내 가요계의 신인 전속계약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은 일본에서 신한류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카라의 공연 모습. 스포츠동아DB
기획사, 부가가치세·저작권비·제작비 뺀 수익액의 4% 가수에 지급
일본선 유통사 수익 84% 독식, 소속사는 8%, 가수는 0.5∼1% 받아
본지, 톱가수 신인시절 전속계약서 입수…기획사 vs 가수 수입 살펴보니일본선 유통사 수익 84% 독식, 소속사는 8%, 가수는 0.5∼1% 받아
동방신기에 이어 신한류의 선두주자 카라도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상황에서 일부 멤버의 이탈로 해체위기에 몰렸다. 한승연 니콜 강지영 등 카라 3인은 “현 경영진과의 신뢰가 깨졌다”고 했지만 전속계약 해지까지 주장한 근본적인 이유는 ‘일한 만큼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카라 3인 측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소속사의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미성년자가 포함된 멤버들에게 일방적인 활동을 강요하고 회사가 이익을 채우기 위해 아티스트를 희생시키는 가요업계의 불투명한 정산 시스템 등의 뿌리 깊은 병폐에 대해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고 전속계약 해지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전속계약은 기획사(갑)와 아티스트(을) 양자의 합의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인기절정에서 데뷔시절의 합의(계약)를 부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계약서의 내용이 어떻기에 이런 일이 반복해서 생겨날까.
본지가 입수한 톱가수의 신인시절 계약서
● 신인계약서, 뜨고 보면 노예계약?
스포츠동아는 한 톱 가수가 신인시절 모 대형기획사와 맺었던 전속계약서를 입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A라는 걸그룹이 2010년 한 해 동안 10억원을 벌었다고 가정해 계약 조항에 의거해 수익분배를 따져봤다.
이 계약서는 ‘을’(가수)의 수입을 “해외의 음반판매와 디지털 음원판매로 발생된 수익에 관하여는 ‘갑’(소속사)이 대행사로부터 수령한 금액 중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금액의 4%를 ‘을’에게 지급하기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계약 조항을 적용하면 A그룹은 10억원의 수익 중 저작권비, 녹음실 사용비, 뮤직비디오 제작비 등 제반 제작비를 제한 금액에서 4%를 수령한다. 만약 제작비가 5억원이 들었다면 A그룹의 수입은 2000만원이다. 여기에 소속사가 스태프 급여 등 애매한 비용을 제작비에 포함시키면 가수에게 돌어갈 돈은 더욱 줄어든다.
더군나 A그룹이 갚아야할 선급금이 있다면, 적은 수익금마저 선급금 변제로 쓰여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없다. 일부 연예기획사의 경우 데뷔전 가수들에게 들인 미용(성형)비용, 특별교육비 등을 선급금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신인 시절에야 가수가 된다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큰 불만이 없다. 하지만 인기를 얻고 난 뒤에 보면 이 계약은 불만이 자연스레 나올 수 밖에 없다. 가수가 아무리 매출을 많이 올려도 실제로 받는 수익은 크게 늘지 않는 계약 조건이기 때문이다.
소속사마다 가수에게 지급하는 분배율은 차이가 있지만 대개 5% 안팎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계약서는 권장 분배율을 정해놓지 않고, 양측이 합의에 따라 정하도록 하고 있다.
● 뜨거운 일본 수익, 가수 몫은 보통 1%
카라 3인 측은 일본 수익금 배분이 “투명하지 못하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가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에서 음반판매의 수익 배분율은 유통사가 84%를 가져가고 일본 레이블과 한국 소속사에 각각 8%씩 배분된다.
카라의 경우를 대비하면 유니버설 시그마와 DSP미디어가 각각 8%씩 가져가는 것이다. 한국 소속사는 부가세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하고 가수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데 그 비율이 신인의 경우 대개 0.5∼1%. 즉 일본에서 한해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려도 가수가 가져가는 돈은 많게는 1억원, 적게는 5000만원인 셈이다.
언뜻 이런 배분방식은 유통사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본 유통사는 음반 마케팅 비용으로 막대한 돈을 투입한다.
한국가수가 일본에서 활동할 경우 숙소, 식사, 차량, 스타일링 등 체류비용과 활동 경비를 모두 부담한다. 즉 유통사는 아티스트를 위해 재투자를 하는 셈이다.
이런 수익 분배 방식이 일본 업계의 관행이지만 가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자신이 현지에서 체감하는 인기와 실제 수입의 차이가 너무 크다보니 ‘내가 모르는 뭔가 부당한 게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