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2 여자프로농구가 개막했다. 14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신세계 강지숙(33번)과 신한은행 강영숙이 점프볼을 잡기 위해 공중에서 다투고 있다. 부천|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 @binyfafa
디펜딩챔프 신한 5년만의 개막 패배 안겨
“지금 네가 좀 해줘야 돼.” 부천 신세계 최고참 가드 김지윤(35)은 경기가 어려워질 때마다 팀의 주포 김정은(24)을 불러서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은 “언니가 그렇게 얘기하면 다른 때보다 더 집중하게 된다”고 했다.
14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세계·이마트 2011∼2012 여자프로농구 안산 신한은행과의 개막전. 신세계는 2쿼터까지 42-34로 앞서다 3쿼터에 54-56으로 역전을 당했다.
결국 김지윤이 찾은 건 가장 믿을 만한 에이스. “유난히 슛감이 좋은 날이었다”던 김정은은 언니의 부탁대로 했다.
64-64로 맞선 경기 종료 4분전 박하나의 어시스트를 받아 깨끗한 3점슛을 꽂았다. 또 69-64였던 종료 2분30초전에는 페인트존에서 쐐기슛을 얹었고, 이어진 박하나의 3점포를 어시스트했다. 피날레도 당연히 김정은의 몫.
전의를 잃은 신한은행을 상대로 다시 페인트존에서 마무리 슛을 성공시켰다. 4쿼터에만 11점을 몰아넣은 ‘승부사’의 면모. 개막 전 춘천 우리은행과 함께 ‘2약’으로 분류됐던 신세계는 김정은(30득점·8리바운드)과 김지윤(18득점·9어시스트)의 콤비 플레이를 앞세워 신한은행을 79-70으로 꺾었다.
김정은은 경기 후 “훈련한 대로 잘한 것 같아서 정말 기쁘다”며 한껏 좋아했다. 어깨를 짓눌렀던 부담감에서 조금은 벗어난 듯 했다. 이번 시즌부터 여자 프로농구 최고 연봉(2억5000만원) 선수가 됐는데도 그랬다.
김정은은 “데뷔 후 6년간 줄곧 ‘잘 해야 한다’는 부담과 싸우다가 내 플레이를 그르치곤 했다. 올해는 연봉도 높고 주장을 맡은 데다 팀 상황이 어려워서 여러 가지가 겹쳤지만, 오히려 ‘그냥 못 하지만 말자’고 나를 다독였다”고 털어놨다. “결국은 모든 게 마음가짐에 달렸다”는 얘기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후배 박하나를 포옹한 이유를 묻자 주장다운 답변도 내놨다. “비시즌 때 하나를 많이 혼냈는데 경기 때 너무 잘해줘서 예뻐 보였다”면서 “지난해 조직력이 약점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정말 독하게 훈련했다.
힘든 훈련을 많이 하다 보니 저절로 팀워크가 생긴 게 최고 수확”이라며 웃었다. 정인교 감독이 “의기소침했던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럴 만도 하다. 5년 연속 통합 우승에 빛나는 신한은행은 신세계라는 복병에 덜미를 잡혀 2006년 5월 이후 5년여 만에 시즌 개막전 패배를 당했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부임 이후 개막전에서는 늘 힘든 경기를 해왔다. 베테랑들이 빠지면서 안정감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부천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