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승리·게임MVP·PS통산최다루타신기록‘김재현의날’
SK 김성근 감독은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날씨가 추워지자 취재진에게 “추울 때는 곰이 불리한가, 용이 불리한가”라는 농담을 했다. 주위에서 “아무래도 곰은 추워지면 겨울잠을 자니까 곰이 웅크리지 않겠느냐”고 말하자 김 감독은 귀를 쫑긋 세우며 빙그레 웃었다.
늦가을 추위가 엄습한 2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8삼성PAVV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비룡’ SK가 곰사냥에 성공하며 전날의 패배를 설욕했다. SK는 선발투수 우완 채병용에 이어 정우람(좌완)-윤길현(우완)-이승호(좌완)-정대현(우완) 등 불펜의 승리방정식을 지그재그로 기용하며 상대타선을 막은 뒤 김재현의 쐐기 투런홈런을 앞세워 두산을 5-2로 격파, 1승1패로 균형을 맞췄다.
중반까지는 팽팽한 접전이었다. 날씨가 추워진 탓에 실책과 실수가 연발되며 승부의 향방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흘렀다.
SK는 1회말 선두타자 정근우의 우전안타와 박재상의 희생번트 등으로 만든 2사 1·3루서 이진영의 중전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뒤 계속된 2사 1·3루서 두산 선발 김선우의 폭투로 2점째를 뽑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두산은 4회초 상대 우익수 박재홍의 연이은 실수를 등에 업고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선두타자 김동주의 우중월 2루타와 홍성흔의 3루타가 터져 1-2로 따라붙은 뒤 고영민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모두 박재홍의 타구 판단 미스에서 비롯된 점수였다.
결승점도 실책이 빌미가 됐다. 5회말 SK 선두타자 정근우의 땅볼을 김동주와 수비자리를 맞바꿔 3루수로 들어간 오재원이 놓쳤다. 정근우가 2루 도루를 성공한 뒤 박재상의 좌월 2루타가 터지며 SK는 다시 3-2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 7회 1사 1루서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 김재현의 우중월 투런홈런에 힘입어 스코어를 5-2로 벌리며 승기를 틀어쥐었다. 이틀 연속 홈런포를 쏘아올린 김재현은 이날 4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리며 상금 100만원이 주어지는 데일리 MVP에 올랐다.
SK 2번째 투수 정우람은 5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생애 첫 한국시리즈 승리투수의 감격을 맛봤다. 정대현은 1이닝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한국시리즈 개인통산 2세이브째.
두산 역시 김선우에 이어 정재훈-임태훈-김상현-이승학-이용찬 등 6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며 안간힘을 썼지만 4개의 실책을 범하고, 타선 또한 12개의 삼진을 당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양팀은 29일 장소를 잠실로 옮겨 3차전을 치른다.
문학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