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스타탐구] 이대형 30m 3초3 주파…야구계 우사인 볼트

입력 2009-11-1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상 첫 3년 연속 50도루 / LG 이 대 형
LG의 ‘슈퍼소닉’ 이대형(캐리커처)은 프로야구에서 가장 빠른 선수다. 올해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50도루를 기록했고 김일권, 정수근에 이어 역대 3번째로 3년 연속 도루왕이 됐다.

이대형에게 도루는 그가 야구를 하는 첫번째 이유다. 프로에 뛰어들 때도 빠른 발에 대한 자신감이 가장 큰 무기였다. 도루에서 만큼은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이고 꿈이다.○2010년 목표는 생애 첫 70도루

프로야구 출범이후 70도루에 성공한 선수는 전준호(전 히어로즈)와 KIA 이종범 단 두명 뿐이다. 전준호가 93년 75개의 도루에 성공했고 93년 73개로 2위에 머물렀던 이종범은 다음해 84개라는 역대 최다도루를 기록했다. 94년이후 15년째 70도루는 재현되지 않았다.

이대형의 도루는 첫번째 타이틀을 차지한 2007년부터 계속 늘고 있다. 2007년 53개로 첫번째 도루왕에 올랐고 지난해는 63개, 올해는 64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9일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이대형은 “다치지만 않는다면 70도루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내년에는 역사상 세 번째로 70도루에 성공한 이대형의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목표는 700도루와 10년 연속 50도루

올해까지 이대형은 241개의 도루를 했다. 역대 10위다. 내년 시즌 59개를 보태면 전준호, 이종범, 정수근, 이순철, 김일권에 이어 역대 6번째로 300도루를 넘어선다. 이대형에게 몇개까지 도루를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했다.

“목표는 700도루다. 우선 3년연속 성공한 50도루를 10년까지는 이어가고 싶다”는 게 이대형의 대답이었다. 10년연속 50도루를 한다면 이대형은 2016년에 사상 최초로 600도루를 넘어서게 된다.

그가 예상하는 700도루는 10년후인 2019년, 그의 나이 36세 때 완성된다. 물론 부상없이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될 때 가능한 이야기다. 40세에도 20도루를 하고 싶다는 그의 꿈이 이뤄진다면 800도루까지 돌파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도루에 관한 그의 꿈은 크고 원대하다.


○4년연속 도루왕 도전, 라이벌은 이종욱과 정근우

일본의 전설적인 도루왕 후쿠모토 유타카는 무려 13년연속 도루왕을 차지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1번타자로 불리는 리키 헨더슨(통산 최다도루 1406개 보유자)은 7년연속 도루왕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올해 롯데에서 은퇴한 정수근이 4년연속 도루왕을 차지한 게 최고 기록이다.

내년 시즌 4년연속 도루왕에 도전하는 이대형은 두산의 이종욱과 SK 정근우를 최대 라이벌로 꼽는다. 이종욱은 2007년과 2008년 2년연속 도루 2위. 정근우는 올시즌 도루 2위다. 두 선수 모두 이대형보다 출루율이 높고 50도루 이상을 해본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대형에게는 벅찬 경쟁자들이다.

“라이벌이 있을 때 더 집중이 된다는 장점은 있지만 장담할 수 없죠. 두산 고영민, KIA 이용규, 롯데 김주찬도 다들 빠르잖아요.”


○부상에 대한 아픈 기억

데뷔 첫해인 2003년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귀루하다가 오른쪽 어깨를 다쳐 수술을 했다. 2006년에는 도루를 하다 같은 부위를 다쳐 두 번째 어깨수술을 했다. 첫번째 수술이후 이대형은 3년동안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귀루하지 못했다. 두려움 때문에 1루에 나가면 리드폭을 줄이고 서서 귀루했던 것.

2007년부터 주전으로 뛰면서 자신감을 찾았지만 도루전문 선수에게 부상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부러지지만 않으면 웬만한 손목염좌나 손가락부상은 참고 견딘다. 수도 없이 넘어지다 보니 허벅지, 무릎은 상처 투성이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많이 하는 그의 양손에는 스파이크에 긁힌 흉터가 10군데도 넘는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한번 하면 얼마나 체력소모가 큰지 선수들은 잘 알죠.”한경기에 출루 2번만 하면 기본 10번은 넘어진다는 이대형. 그러면서도 2년연속 전경기에 나갔으니 참 대단한 선수다.


○타고난 체력, 좋은 건 다 먹는다

이대형은 팀내에서 가장 체력이 강한 선수다. 순발력과 근력도 뛰어나다. 벤치프레스 110kg을 들어 올리고 악력도 70kg으로 팀에서 가장 세다. 30m를 3초3에 뛰는 스피드 역시 최상이다. 그가 2년연속 전경기에 출장하면서 도루왕까지 하는 이유는 강한 체력이 뒷받침돼 있기에 가능했다.

덧붙인다면 수도 없이 챙겨먹는 보약의 덕도 빼놓을 수 없다. 경기를 마치고 집에 가면 이대형은 냉장고를 열고 산삼을 꺼내서 먹는다. 어머니가 해주신 녹용,가물치,장어,오소리까지 몸에 좋은 것을 틈나는대로 먹는다. 보약값을 벌기 위해서라도 도루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게 이대형의 이야기다.


○타격폼 교정, 3개년 계획

이대형은 내년부터 타격폼을 바꿔 보려는 3년계획을 갖고 있다. 상체이동이 투수쪽으로 빠르게 이뤄지는 지금의 타격폼으로도 당장 한시즌을 치르는데는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좀더 공을 잘 보고 정확하게 때리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한꺼번에 많이 바꿀 수는 없지만 3년에 걸쳐 새로운 타격폼을 만들어 보려구요.” 타격폼에 변화를 주겠다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에 대한 투자다. 투수가 2∼3년후를 생각해서 새로운 구종을 준비하듯 이대형은 새로운 타격폼을 완성시켜 미래를 준비하려 한다.

현재 타격폼은 30세 이후 벽에 부딪힐 소지가 있는 만큼 타격폼을 바꿔야 한다는 냉정한 판단을 했다. 이대형이 바뀐 타격폼에서 바라는 첫번째는 출루율 상승이다.

해마다 단점으로 지적돼온 그의 올시즌 출루율은 0.341. 도루 2위인 정근우(0.437)보다 거의 1할 가까이 낮다. 그의 탁월한 도루 능력을 감안할 때 이대형이 출루율을 0.370까지만 끌어올린다면 70도루를 넘어 80도루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도전! 최다안타


도루 다음으로 이대형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최다안타다. 이대형은 최근 3년연속으로 최다안타 10걸에 올랐다. 최근 3년연속 최다안타 10위에 랭크된 선수는 이대형 뿐이다. 2007년 139개(9위), 2008년 138개(5위), 올해는 개인최다인 146개(8위)를 쳤다.

“중심에 때리는 타구가 좀더 늘어나면 해볼 만하다”는 이대형은 자신이 최다안타 경쟁에서 복병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해마다 40개가 넘게 나오는 내야안타가 큰 무기인데다 내년에는 좀 더 많은 기습번트를 시도할 계획이다. 이래저래 상대 내야수들만 더 바쁘게 생겼다.


○가을잔치에 나가고 싶다!

이대형은 무등중학교 때 소년체전에서 우승을 했다. 광주일고 시절에는 대통령배와 청룡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에서도 꿈은 우승팀의 1번타자 였다. 그러나 입단후 7년동안 우승은 고사하고 가을잔치조차 한번 나가지 못했다.

“내년엔 우리도 가을에 멋진 승부 한번 해야죠. 정말 죽기살기로 한번 뛰어 보렵니다.” 이대형은 프로야구에서 가장 잘 생긴 선수 가운데 한명이다. 잘생긴 만큼 야구도 잘한다. 그가 매력적인 것은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기 때문이다.

내년 시즌, 이대형이 70도루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의 진정한 스타트는 바로 지금부터다.스포츠동아 해설위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