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LPGA유망주 이일희 “비거리서 지는 건 못참죠”

입력 2010-01-21 15: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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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진출의 꿈을 이뤄낸 이일희가 신사동 테일러메이드 피팅센터에서 클럽을 새롭게 정비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일희는 태국에서 한 달간 전지훈련을 소화한 뒤 3월 25일 열리는 J골프 클래식을 통해 LPGA무대에 데뷔한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Q스쿨 탈락 위기→공동 20위 기사회생 연장전 3m 절묘한 퍼트로 시드권 따내
드라이버샷 거리 5야드 늘리기 집중 “잔디 연습장서 맘껏 훈련만으로 행복”
○숨가빴던 LPGA Q스쿨 본선

이일희(22)가 2009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 본선에서 극적인 승부를 펼치며 LPGA 투어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3일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의 LPGA 인터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본선 5라운드에 나선 이일희는 억센 잔디 탓에 거리 조절에도 애를 먹었지만 대회 둘째 날 뜻밖에 내린 비에 발목을 잡혔다.

“6번홀(파5)에서 2m 버디 퍼트를 남겨뒀는데 갑자기 경기 중단 통보를 받았다. 너무 자신 있어 이 퍼트만 하고 가면 안 되냐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일희는 마크를 한 후 볼을 집어 들었다.

비는 다음날도 그치지 않았다. 연습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정해진 시간 외에 연습을 하면 실격이었다. 연습도 하지 못하고 방안에서 대기하면서 대회 재개를 속절없이 기다렸다.

이메일로만 공지를 하기 때문에 노트북이 있는 숙소를 비울수도 없었다.

“정말 이틀 동안 그 버디퍼트만 생각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어지는 내리막 퍼트였다. 이틀이나 퍼트라인을 생각하다보니 처음에는 정말 자신이 있었는데 어느새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드디어 경기가 재개됐다. 이틀이나 자신을 괴롭히던 퍼트와 마주했다. 하지만 감각이 좋을 리 만무했다. 결국 실패했다. 볼은 2m나 홀을 지나쳤다. 침착하게 파세이브에 성공하며 우여곡절 끝에 2라운드를 마쳤다.

15분 후 이일희는 샌드위치 하나로 점심을 때우고 곧바로 잔여 3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성적은 시원치 않았다.

단 20장의 LPGA 진출 티켓이 희미하게 멀어지는 듯했다.

다음날 이를 악물고 플레이한 이일희는 4라운드에서 가까스로 순위를 끌어올렸고, 숨 가쁘게 5라운드를 마치고 난 후의 성적은 공동 20위였다.

마지막 한 장의 티켓을 두고 미국 선수 케노와 연장전에 나섰다. 9번홀(파5), 10번홀(파4) 18번홀(파5) 3홀을 합산한 타수로 Q스쿨 본선 통과자가 결정됐다. 두 개의 파5홀 중 한 홀에서는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했다.

9번홀과 10번홀에서 동타를 이룬 이일희는 18번홀에서 3야드짜리 내리막 버디퍼트를 맞이했다. “안되면 다음 홀로 가면 된다고 생각하니 불안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다 잃을 수도 있는 퍼트였는데 당시엔 넣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는 내리막 퍼트는 절묘하게 홀에 떨어졌고, 이일희는 극적으로 LPGA투어 입성에 성공했다.


○ 내 꿈은 이제 시작이다


이일희는 데뷔전이 될 LPGA투어 J골프 클래식이 열리는 3월 25일까지 남은 두 달여의 기간 동안 거리를 늘리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어렸을 때부터 경기에는 지고와도 비거리에서 상대 선수에게 지는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드라이버 샷 거리를 5야드 정도 더 늘릴 계획이다. 긴 코스에 대비해 롱 아이언도 중점적으로 연습할 계획”이라고 했다. 올 시즌 그의 목표는 영어가 느는 것이다. 단순히 공부를 해서 영어 실력을 늘리겠다는 것이 아니다. “상위권에 들거나 우승할 때마다 하는 공식 인터뷰를 통해 영어도 늘고 실력도 늘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은 골프장 옆에 잔디로 된 연습장이 있고, 얼마든지 마음껏 연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큰 무대에서 100% 내 실력을 100% 발휘해보고 싶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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