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쇼트 ‘그랜드슬램’ 성시백에 달렸다

입력 2010-0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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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 딛고 주종목 500m서 한풀이 별러
5000m 계주는 기량 고른 한국 金 유력
전종목 석권 ‘올림픽 새역사’ 창조 관심


이정수(21·단국대)가 1500m에 이어 1000m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이호석(24·고양시청)도 1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성시백(23·용인시청)은 거듭되는 불운에 다시 한번 고개를 떨궜다.

성시백은 이번 밴쿠버올림픽을 앞두고 각오가 남달랐다. 4년 전 토리노 대회에는 국내 선발전에서 밀려 출전권을 놓쳤기에 첫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가슴은 뜨거웠다. 스스로도 “컨디션이 좋다”고 말할 만큼 준비를 철저히 했다.

그러나 14일 남자 1500m 결선에서 대표팀 동료 이호석에 밀려 미끄러지면서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그리고 21일 열린 1000m 준결승에서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와 찰스 해믈린(캐나다)과 각축전을 벌이다 불과 0.006초 뒤져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순위결정전인 B파이널에 나서 중국의 한지아량에 앞서 골인했지만 레이스 도중 벌인 어깨싸움으로 어처구니없이 실격으로 처리되는 일마저 겪었다.

지금까지는 뭘 해도 꼬이기만 하는 불운의 연속. 메달 없이 올림픽이 끝난다면 군대를 가야하는 처지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로 주종목인 500m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한풀이 무대지만 한국 대표팀에게도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으로서는 500m에서만 금메달을 따낸다면 사상 처음으로 ‘쇼트트랙 전종목 싹쓸이’라는 새역사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남자 종목에 걸린 메달은 500m, 1000m, 1500m, 5000m계주 등 총 4개. 한국은 쇼트트랙 강국이지만 단일 올림픽에서 전종목 석권은 단 한번도 달성하지 못한 꿈의 고지다. 여자 역시 마찬가지다.

2006년 토리노 대회 때 여자 진선유(1000m, 1500m, 3000m계주)와 남자 안현수(1000m, 1500m, 5000m계주)가 3관왕에 오를 때 3개 종목 금메달을 휩쓴 것이 역대 최고 성적.(표참조) 500m는 남녀 통틀어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채지훈이 따낸 금메달이 유일할 정도로 유난히 인연이 없는 종목이다.

일단 5000m계주는 선수들의 기량이 고른 한국이 금메달을 따낼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평가받고 있어 ‘전종목 싹쓸이’의 관건은 500m로 꼽힌다.

쇼트트랙 남자 500m는 25일 예선, 27일 결선이 펼쳐진다. 세계랭킹 1위인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가 강력한 우승후보. 한국으로서는 세계랭킹 3위의 성시백과 4위 곽윤기에게 운명을 걸고 있다. 성시백이 한풀이에 성공할지, 한국 쇼트트랙이 사상 최초로 전종목 싹쓸이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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