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내 손자 내 아들” 이규혁(가운데)은 5번째 도전에서도 끝내 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하지는 못했지만 환대는 남달랐다. 공항에 마중 나온 할머니(왼쪽)와 어머니 이인숙씨가 이규혁을 격려해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인천공항 입국장 수많은 인파 아낌없는 박수 갈채
메달 못땄는데 환영인파 너무 감사해4년후 다시 도전?…메달은 장담못해
은퇴도 고려 향후 지도자로 남고 싶어
이규혁의 어머니 이인숙씨가 공개한 아들과 나눴던 휴대폰 문자메시지 내용.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도전했기에 슬펐다”던 이규혁의 고독함이 묻어난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아니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쳐주는 깨끗한 세상이었다.
23일 오후 5시 스피드스케이팅 이규혁(32·서울시청)과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갈채가 쏟아졌다. 선수단을 보기 위해 모인 많은 이들은 비록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감동의 질주를 펼친 이규혁과 열악한 환경에서도 올림픽 무대를 밟은 스키점프 선수들의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열렬한 환대, 고맙습니다
생애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올림픽. 어느 때보다 컨디션이 좋았고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4전5기는 성공하지 못한 채 결국 막을 내렸다. 끝내 눈물을 보이고만 이규혁은 조용히 귀국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날 그를 보기 위해 공항에는 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취재진도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입국장을 빠져나온 이규혁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일 줄은 예상조차 못했다. 메달을 따지 못했음에도 환영해줘 고맙다. 마음을 추스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이규혁의 어머니 이인숙씨가 공개한 아들과 나눴던 휴대폰 문자메시지 내용.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도전했기에 슬펐다”던 이규혁의 고독함이 묻어난다. 인천국제공항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은퇴? 마음 추스르는 게 먼저
인터뷰를 위해 자리 잡은 이규혁은 “죄송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자신이 한 약속을 5번이나 지키지 못한 미안함이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올림픽만 생각하며 살았다. 이렇게 끝이 났지만 오래 준비한 만큼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한동안 쉬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요즘 이규혁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은퇴 여부다. 그는 “솔직히 지난 4년간 올림픽만 보고 지금까지 왔고 실패한다는 생각조차 못 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화려한 은퇴도 상상해봤지만 대표팀에서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남아있고 싶은 게 그의 바람. 하지만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은퇴를 하는 게 맞다. 다시 올림픽에 나갈 수는 있겠지만 메달은 힘들 것 같다”며 자신을 냉정하게 평하고는 “기회가 된다면 장래에 지도자로서 올림픽 무대를 밟고 싶은 상상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국제공항|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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