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은 축구 실력 못지않게 기행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마약복용 등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고 있는 그가 감독으로 참가한 남아공월드컵에서도 다른 감독들과는 다른 행보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마라도나 감독은 12일(현지시간) 나이지리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자 뛸 뜻이 기뻐하며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선수들과 함께 승리를 만끽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때문에 상대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과 악수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하지만 마라도나의 상식 밖 행동은 여기까지가 아니었다. 공식 인터뷰 룸에 뒤늦게 도착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는 마라도나 감독이 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모습을 보이지 않자 “마라도나 감독이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런 뒤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급기야 이 관계자가 밖으로 나가 마라도나 감독을 데려왔다. 인터뷰 룸에 들어선 마라도나 감독. 한 손에는 먹다만 사과를 들고 무대로 올라섰다. 경기장에서는 양복을 입었지만 선수가 라커룸에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나오는 듯 그는 양복을 벗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기자들과 만났다. 자리에 착석한 그는 기자들이 질문을 시작하려하자 사과를 한 입 깨물었다.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그래도 기본 예의는 지켰다. 입을 가리고 씹으며 기자들의 질문을 들었다. 이런 행동으로 볼 때 마라도나 감독은 현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지만 감독보다는 선수처럼 사고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에게는 여전히 그라운드 위에서의 열정이 더 크게 남아있는 듯 보였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 |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