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선염을 앓고 있는 한화 류현진의 등판일이 또다시 조정됐다. 가능하면 ‘괴물’을 피하고 싶은 나머지 구단 감독들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스포츠동아DB
한대화 감독 “상태보고 등판 재조정”
KIA 대비책 마련…필승계투조 신중
주말 맞대결 피한 삼성 안도의 한숨
‘괴물 보호령’이다.
한화 류현진(22)의 등판일이 또다시 미뤄졌다. 편도선염으로 13일 사직 롯데전에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던 류현진은 15일도 데폴라에게 선발 바통을 넘겼다. 한대화 감독은 14일 “몸살은 거의 다 나았는데 병을 앓으면서 피칭을 하지 못해 근육이 풀어진 상태다. 장기적으로 보고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해서 올리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내일(15일) 상태를 보고 모레(16일) 올릴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의 갑작스러운 등판일 조정에 타 구단들의 선발투수 운용에 고민이 깊어졌다. ‘괴물과의 맞대결’에 에이스로 맞불을 놓을 것인지, 아니면 선발 아닌 필승중간계투조로 승부를 걸어야하는지 계산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류현진의 등판일 조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는 구단은 삼성이다. 만약 류현진이 15일 대전 KIA전에 등판했다면 로테이션상 20일 대구 삼성전에 등판할 가능성이 높았다. 삼성은 13일 류현진의 등판이 미뤄진 후 “화요일(15일) KIA전에 130개 이상을 던지고 우리 팀 경기에는 투구수 관리 때문에 안 나오면 안 되나”라는 농담이 건넬 정도로 그와의 대결을 경계하고 있다.
다른 팀들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주중 3연전에서 한화와 만나는 KIA 조범현 감독은 15일 류현진의 등판을 예상하고 에이스 양현종과의 맞대결을 준비했다. 그러나 류현진의 등판일이 조정되면서 다른 셈법에 들어갔다. 3연전 중 언제 오를지 정확한 날짜가 나오지 않아 경우의 수를 두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정한 로테이션으로 돌아가고 있는 필승계투조 투입에도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비단 이번 주 뿐만이 아니다. 만약 류현진이 16일에 등판하게 되면 22일 사직에서 한화와 다시 만나는 롯데도 마운드 운용에 고민을 해야 한다.
류현진은 올시즌 ‘괴물’이라는 별명답게 압도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가장 껄끄러운 투수. 순위싸움을 하고 있다면 더더욱 ‘괴물 태풍’을 비켜가길 바란다. 한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만에 하나 류현진이 탈이 나면 팀마저 무너질 수 있어‘절대 에이스’를 금이야 옥이야 아낀다. 한화 타자들도 류현진의 등판일에는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생각으로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축구강국 아르헨티나가 메시에, 메시에 의한, 메시를 위한 축구를 한다면 한화는 류현진의, 류현진에 의한, 류현진을 위한 야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잘 아는 타 구단 감독들도 류현진의 등판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