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용 조교사·이종구 조교사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50여년 외길…수많은 명마 배출
말을 타는 기수와 훈련을 책임지는 조교사로 50여 년간 서울 뚝섬과 과천 경마장을 지켜온 예순 넷 동갑내기 김병용 조교사(47조)와 이종구 조교사(41조)가 27일 현역 생활을 끝낸다.
두 사람은 이날 경주를 마지막으로 서울경마공원 시상대에서 은퇴식을 가질 예정이다.
그 동안 많은 조교사들이 경마장을 떠났지만, 만 63세 정년까지 온전히 조교사의 자리를 지켜 은퇴식을 치른 조교사는 서울경마공원에서 2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저 말이 좋아 함께 한 세월. 뒤돌아보니 할 만큼 한 것 같다. 미련은 없다”.
1960년 김병용 조교사는 중학생 시절 기수의 모습에 매료되어 경마와 첫 인연을 맺었다. 지방에서 모은 조랑말로 경주를 하고, 경주로 가운데 채소밭이 있던 시절이었다. 마필관리사와 기수가 따로 구분이 없던 1인 다역 시대. 그는 말들을 돌보다 기회가 주어지면 말에 올라 주로를 달렸다.
조교사 인생 23년 10개월 간 그는 통산전적 5085전 449승 2착 415회의 기록을 남겼다. 숱한 명마들이 그를 거쳐 갔지만 정작 김 조교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말로 희귀병을 앓던 ‘산수갑산’을 꼽았다. 뒷발 한 쪽에 이상이 있어 발등으로 땅을 딛던 말이었다. 수술을 했더니 다른 발이 같은 증상을 보여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했다.
1963년, 이종구 조교사는 선배의 주선으로 경마 인생을 시작했다. 기수로 자리를 잡은 그는 1987년 조교사로 개업하고 23년간 41조 마방을 이끌었다.
이 조교사의 통산 전적은 5372전 488승 2착 490회. 그는 ‘울프 사일런서’를 기억에 남는 말로 꼽았다. 1999년 마주협회장배 대상경주 우승을 꿰찬 말이었다. 다음 해 야심차게 2연패를 준비했으나 코차로 2착해 무척 아쉬웠다고 했다.
은퇴를 앞둔 소회를 묻자 그는 그저 “시원섭섭하다”며 담백하게 웃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