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탄의 한숨! 10회까지 홈플레이트를 밟은 주자는 단 한 명. 두산이 자랑하는 거포들은 헛방망이만 돌렸다. 30일 잠실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5번 김동주(오른쪽)는 3타수 무안타, 6번 최준석은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침묵했고, 두산은 2연패로 몰렸다.
두산 6회·7회에도 득점찬스 못살려
임경완 깜짝 호투 … 두산 타선 당황
9회 조성환 고의 4구 치명타 될줄은
● 양 팀 선발투수는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했다. 인상적인 피칭이었다.
롯데 사도스키는 1회에 안타, 볼넷, 몸에 맞는 공, 도루 2개, 보크를 허용하고도 실점하지 않았다. 1회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은 게 컸다. 7개의 탈삼진 가운데 5개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놓고 기록했다. 컷패스트볼이 좋았다. 135km에서 141km의 속도 조절을 했고 위기 때는 더욱 빠르게 던졌다. 롯데 투수들의 1, 2차전 투구패턴은 정규시즌과는 달랐다. 몸쪽 승부를 줄이고 변화구를 승부구로 선택했다. 김선우는 투심패스트볼과 스플리터를 초반부터 승부구로 삼았다. 초구, 2구에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롯데 타자들의 타이밍을 멋지게 빼앗았다. 올해 김선우는 팔이 약간 내려오면서 투심패스트볼과 스플리터의 각도가 훨씬 예리해졌다. 1차전 패배로 부담이 큰 등판이었지만 침착하게 잘 던졌다. 4회 1사 만루서 강민호에게 던진 투심패스트볼이 몸에 맞아 실점이 된 게 옥에 티였다.
● 두산타선이 찬스에서 침묵했다.
1회 무사 1·3루서 득점을 못했다. 초반 사도스키의 컨디션이 불안했기 때문에 선취점을 냈으면 두산이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결국 1회 찬스를 놓친 게 패인이다. 투수는 위기일수록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진다. 사도스키의 승부구가 컷패스트볼이었는데 타자들의 노림수가 부족했다. 7회에 1-1 동점을 만들고 이어진 1사 1·3루서 역전을 시키지 못한 것도 아쉽다. 6회에는 2루주자가 안타 때 홈에서 아웃됐다. 6안타와 4사구 7개를 얻고도 1점밖에 못 뽑았다.
● 이틀 연속 불펜싸움에서 롯데가 이겼다.
불펜싸움은 두산이 앞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승자는 이틀 연속 롯데였다. 경기 내내 롯데보다 두산이 더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1차전에서 김사율은 6회 1사 만루를 막아내면서 2.2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2차전은 임경완(사진)이 팀을 지켰다. 7회 1사 2·3루서 등판한 임경완은 이성열에게 투수를 스치는 내야안타를 맞고 동점을 내줬지만 계속된 1사 1·3루서 두산의 간판 김현수와 김동주를 내야땅볼과 삼진으로 잡고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다. 약하다고 생각했던 롯데 불펜은 위기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두산이 당황하게 됐다. 지난해 롯데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이긴 뒤 내리 3연패를 했다. 2차전 4실점, 3차전 6실점, 4차전 7실점을 모두 한 이닝에 허용하며 힘없이 무너졌다. 올가을 롯데는 위기에 강한 팀이 됐다. 로이스터 감독이 3년째 외치고 있는 ‘no fear’ 정신이 롯데 마운드에 자리 잡은 느낌이다.
● 9회 1사 2루서 두산은 조성환을 고의4구로 내보내고 이대호를 선택했다.
결국 잘못된 선택이 됐지만 해볼 만했다. 조성환의 컨디션이 좋았고 1점 승부였기 때문에 포크볼을 잘 던지는 정재훈에게 병살타 유도를 기대했다. 그런데 스트라이크존보다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이대호가 믿기 어려운 스윙으로 3점홈런을 쳐냈다. 타격 7관왕다운 노림수와 기억될만한 멋진 스윙이었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