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현대캐피탈 사상 첫 ‘제 3리베로’ 신치용 감독 “나쁜 선례 남겼다”

입력 2011-0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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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신동광(왼쪽 빨간색 조끼)은 팀의 1,2리베로로 등록된 오정록, 김대경이 모두 부상당해 대타 요원으로 갑작스레 출전했다. 미처 리베로 유니폼을 준비하지 못해 조끼를 입고 나서는 해프닝이 연출됐다.

13일 대전충무체육관 4세트의 전광판 스코어는 17-15. 삼성화재의 2점차 리드였다. 이 때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삼성화재 세터 유광우의 스파이크를 리시브하던 현대캐피탈 리베로 김대경이 다리 근육 부상을 호소하며 코트에 쓰러진 것. 한참 동안 다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하던 김대경은 끝내 들것에 실려 나갔다. 4세트 1-2로 뒤질 때 리베로 오정록이 종아리와 허벅지 경련으로 빠진 상황이었다.

이미 2명의 리베로를 모두 써버린 현대캐피탈에 남은 선택은 없었다. 제3의 리베로로 김호철 감독은 신동광을 지명했다. 프로배구 출범 이후 한 경기에 리베로 3명이 한꺼번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배구 규정과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에 따르면 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리베로는 전체 선수단 16명 엔트리 중 2명이지만 주전 리베로와 교대한 제2의 리베로가 부상을 입는 등 불의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엔트리 등록 선수 중 한 명을 리베로로 지명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김대경의 원래 포지션은 레프트. 일반 선수로 출전 엔트리에 등록된 신동광이 신인이긴 해도 리베로였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김대경의 왼 무릎이 좋지 않아 일부러 리베로로 등록했다고 한다. 하지만 V리그 상당수 팀들이 주전 리베로 한 명에, 서브 요원으로 일반 선수를 출전 엔트리에 넣어왔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김대경이 경기를 못 뛸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는지 상황을 알 수 없다”고 항의했으나 박기원 KOVO 경기 감독관은 “김대경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신동광의 투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리베로는 일반 선수들과 색상을 달리한 유니폼을 착용해야 하지만 신동광은 일반 선수로 나서 미처 유니폼을 준비할 수 없었다. 고육지책으로 리베로의 의미를 담은 영문 알파벳 L이 새겨진 빨간색 조끼를 입고 코트에 섰다. 신 감독은 “이번 일로 좋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고 아쉬워했다.

대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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