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 선덜랜드 이적 왜 질질끄나?

입력 2011-06-1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유럽 진출을 노리는 지동원의 행선지가 곧 확정될 전망이다. 소속팀 전남과 지동원 측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를 포함해 4∼5개 구단을 놓고 저울질 한 끝에 최근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동아DB

전남 “올 여름에 무조건 유럽 보내준다”
“선덜랜드외 가능성 고려” 지동원도 양보
전남, 정보 오픈 전제로 타 구단들 접촉
PSV 등 4∼5팀과 저울질…주내 결판 날 듯
전남과 ‘윈윈 해법’ 도대체 뭐기에…

지동원(20·전남)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 이적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알려진지 1주일이 지났다. 이 기간동안 전남 구단과 지동원의 에이전시가 언론과의 접촉을 차단한 채 침묵을 지켜 궁금증이 증폭됐다.

선덜랜드 외에 다른 유럽 구단들도 지동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와 혼란을 더 했다. 영국 언론을 통해 EPL 뉴캐슬이 거론됐고, 최근에는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 스포츠디렉터가 11일 인천-전남의 K리그를 관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지동원의 행선지가 곧 확정될 전망이다. 지동원의 유럽 이적을 두고 물밑에서 진행되는 일을 살펴보면 윤곽이 그려진다.


● 구단-선수 ‘윈윈’책 모색

지동원의 선덜랜드 행이 6월 초 언론에 처음 보도된 뒤 전남과 지동원 에이전시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당초 전남 정해성 감독은 지동원 측과 올 겨울이나 내년 여름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유럽에 나가기로 약속 했다. 그 때가 되면 구단도 적극 돕기로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이른 시점인 올 여름 유럽 이적이 추진됐다. 지동원의 입장이 원하는 구단이 있을 때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되자 전남은 “에이전트가 언론 플레이 한다”고 불쾌해 했고, 지동원 에이전시는 “전남의 일처리가 답답하다”며 맞불을 놨다.

당시 칼자루는 지동원 측이 쥐고 있었다.

전남은 지동원과 75만 달러(8억원)의 바이아웃 조항을 맺었다. 선덜랜드가 75만 달러 이상 이적료를 제시하면 막을 방법이 없었다. 지동원의 향후 발전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은 헐값 이적료라는 논란이 일었지만 무조건 발목을 잡을 수 없는 처지였다.

그렇다고 지동원도 안면 몰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 동안 자신이 전남 유스 팀에 차근차근 발전해 온 걸 생각하면 싸우고 팀을 나가는 것은 곤란했다.

양 측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선수가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데 합의를 봤다.

전남은 올 여름 무조건 유럽으로 보내주겠다고 양보했다. 지동원 측도 꼭 선덜랜드만 고집할 게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한 발 물러섰다.


● 다각도로 검토

전남은 구단이 직접 임명한 대리인을 통해 다른 유럽 구단의 의사를 본격적으로 타진하기 시작했다. 실제 몇몇 구단이 지동원에게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전남은 구단 대 구단 입장에서 얼마든지 유럽 구단과 직접 이적을 논의할 수 있게 됐다. 그쪽에서도 바이아웃 이상의 이적료를 제시한다면 반대로 칼자루는 구단이 쥐게 된다. 바이아웃 조항 때문에 지동원의 유럽 진출을 반대할 수 없는 전남이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권리다.

그러나 보통 이런 경우 지동원 에이전시와 전남 사이에 분쟁이 생기기 쉽다.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양 측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정보를 서로 오픈하기로 했다. 전남은 구단 대리인을 통해 저울질된 조건을 지동원 에이전시와도 상세히 공유하는 식이다. 최근 몇 차례 이런 작업을 반복하며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 조만간 최종 결론

전남과 지동원이 현재 저울질 중인 구단은 4∼5개 정도 된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구단은 역시 선덜랜드다. 가장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쳤고 구체적인 조건도 먼저 제시했다.

그러나 변수도 있다. 전남과 지동원은 팀을 결정하는 데 있어 이적료 뿐 아니라 앞으로 주전 경쟁과 향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다른 선택을 내릴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뉴캐슬과 PSV에인트호벤 외에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도 영입을 희망하고 있다. 레버쿠젠은 올 초 아시안 컵 때부터 줄곧 눈독을 들였고 최근 전남의 K리그 경기에도 스카우트를 파견했다. 지금까지 거론된 팀 말고 분데스리가의 또 다른 팀 샬케04와 스코틀랜드 셀틱, EPL 맨체스터 시티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택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동원은 이미 이적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전남 역시 지동원 이적이 마무리돼야 대체자원을 물색하는 등 본격적으로 후반기를 대비할 수 있다. 이번 주 내에 공식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