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윤석민은 투구폼 교과서”

입력 2011-07-20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투수조련사가 본 ‘리듬&밸런스’

예민한 손…공 감기는 느낌 매일 달라
오래 쉬는 것보다 좋은 리듬 유지해야

투구수 130개 넘어가면 무조건 혹사?
투구폼 밸런스 잘 맞으면 150개도 거뜬


넥센 김시진 감독(사진)은 현역 시절 최고의 투수였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는 최고의 투수 조련사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현대 시절 투수왕국 건설의 핵심 브레인이었고, 넥센 사령탑에 오른 뒤에도 수많은 투수를 길러냈다. 주축 투수들의 트레이드 속에서도 지난해와 올시즌 투수들을 속속 만들어내고 있다. 19일 목동 LG전에 앞서 그는 투수에 관한 2가지 화두를 꺼내들었다.

○오래 쉬는 게 능사는 아니다

김 감독은 “장마로 우리 투수들이 대부분 오랫동안 쉬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 그러나 김 감독은 “선발투수가 오래 쉰다고 반드시 좋으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이트를 예로 들었다. 장마기간에 띄엄띄엄 경기가 열리다보니 오래 휴식을 취했지만 성적이 신통찮았다는 것. 그래서 다른 선발투수의 일정을 조절해 12일 선발등판한 나이트를 4일 휴식 후 5일 만인 17일 잠실 두산전에 내세웠더니 모처럼 호투(5.2이닝 2실점)를 하더라는 것이었다. 나이트는 6월 3일 대전 한화전에서 시즌 2승째를 챙긴 뒤 이후 6경기 동안 승리 없이 3패만 떠안았다. 장마기간에 충분한 휴식 후 등판했지만 오히려 투구내용은 더 좋지 않았다.

김 감독은 “투수의 손가락은 예민하다. 4일 휴식 후 5일 만에 등판하면 좋은 투수가 있고, 5일 휴식 후 6일 만에 등판하면 더 좋은 투구를 하는 투수가 있다. 투수는 리듬이 중요하다. 손가락이 예민하다. 손에 공이 감기는 느낌이 하루가 다르다”고 말했다.

○투구수 많다고 무조건 혹사 아니다

현대 야구에서는 선발투수들이 투구수 100∼120개에 맞춰 등판한다. 130개를 넘어가면 당장 혹사 논란이 일어난다. 그러나 김 감독은 “150개를 던져도 혹사가 아닌 투수가 있고, 적게 던져도 몸에 무리가 오는 투수가 있다”며 반드시 투구수로 혹사 여부를 가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최근 투수들이 자신의 한정된 투구수를 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이를 넘어서면 몸에 무리가 올 수는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120개를 던져도 하루 만에 몸이 회복되는 투수가 있고, 60∼70개 던져도 4∼5일을 쉬어야 회복되는 선수가 있다. 사람의 몸은 모두 다르고, 던지는 방법에 따라 회복속도도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밸런스’라고 말했다. 투구를 할 때 하체, 상체, 그리고 팔이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이동하면 몸에 큰 무리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투수의 햄스트링 부상은 밸런스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수는 러닝훈련도 많이 하고, 유연성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투수가 팔의 내측이나 외측에 부상이 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도 햄스트링 부상은 결국 투구 동작에서 상체나 팔이 먼저 넘어오면서 하체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KIA 윤석민이 가장 이상적인 투구폼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리듬과 밸런스, 팔의 스윙 등이 무리 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작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때 데리고 있으면서 봤는데 마치 고무줄을 천천히 길게 당겼다 놓는 것처럼 하체부터, 상체, 팔로 이어지는 동작이 부드럽다. 이런 투구폼은 투구시 몸에 부담이 적고, 투구 후 회복도 금세 된다”고 극찬했다.

목동 |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