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는 2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어제 쟤 덕분에 이겼어요”라며 문규현을 가리켰다. 하루전 연장 10회초 대타 결승타의 주인공은 손용석이었지만, 이대호가 손용석이 아닌 문규현을 가리킨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3-3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공격. 그 전에 가벼운 어지럼증을 느꼈던 문규현은 자신의 타석에 찬스가 올 것을 직감한 듯 손용석에게 다가가 “너 한번 영웅 될래?”라고 했다. 결국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손용석은 2사 2·3루에서 문규현 대신 대타로 나서 결승 2타점 적시타를 쳤다. 장기간 구단버스를 몰다 퇴직해 현재 부산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는 그 순간 친누나들의 전화를 받고 ‘일을 접고’ 기분 좋게 집으로 들어왔다는 게 손용석의 말. 대타 역전결승타의 감흥이 사라지지 않았는지, 손용석이 기분 좋게 취재진과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지나가던 홍성흔이 한마디 거들었다. “너 내가 뽀뽀하니까, 지저분하다는 듯이 금세 닦아내더라.” 이닝을 마치고 돌아온 손용석에게 자신도 모르게 뽀뽀를 했는데, 손용석이 왠지 부담스러웠던 듯 곧 손으로 훔쳤던 모양. 홍성흔의 질책(?)에 손용석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한 채 살짝 미소만 지었다.
잠실 | 김도헌 기자 (트위터 @kimdohoney)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