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에서 한 동안 잊혀졌던 김치우가 우즈벡전에서 후반 2골을 몰아넣으며 확실한 부활을 알렸다. 전주|박화용 기자
공포의 왼발이 나가신다
“정말 좋아하시던데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이야기를 꺼내자 대표팀 미드필더 김치우(29·상주상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김치우는 25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후반 교체 출전해 감각적인 헤딩과 그림 같은 왼발 프리킥으로 2골을 작렬했다. A매치에서 처음으로 멀티 골을 기록했다. 김치우의 이름 석자를 축구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김치우는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예선 때 잘 나갔다. 날카로운 왼발 킥이 장기였다. 남아공으로 가는 최대 고비 중 하나였던 2009년 4월 북한과 최종예선 홈경기에서 종료 3분 전 왼발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허벅지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졌고, 결국 남아공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0시즌이 끝난 뒤 군 팀인 상주상무에 입대해 재기를 노렸지만 전임 조광래 감독은 그를 외면했다. 그렇게 서서히 잊혀져 갔다.
김치우가 태극마크를 못 달고 있을 때 가장 안타까워 한 사람이 바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였다. 외조부모는 김치우에게 부모와 다름없다. 김치우는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를 암으로 잃었다. 아버지는 그가 더 어렸을 적 어머니와 헤어졌다. 외조부모가 그 때부터 김치우를 데려다가 키웠다. 김치우는 2008년 전남에서 서울로 이적하며 서울에 계시는 외조부모를 더 자주 찾아뵐 수 있다는 것에 가장 기뻐했다. 외조부모는 최근 손자가 인사를 올 때면 행여 상처라도 받을까 대표팀 이야기는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그 모습을 보는 김치우 가슴도 쓰렸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이 부임하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 은사의 믿음에 보답하며 부활 스토리의 서막을 알렸다. 외조부모는 집에서 손자의 득점 장면을 본 뒤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 “장하다”고 축하를 해줬다.
한국축구의 운명이 걸린 29일 쿠웨이트 전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외조부모의 집인 서울 합정동 바로 옆이다. 그러나 외조부모의 거동이 불편해 경기장은 찾지 못한다. 김치우는 “만약 또 출전 기회가 주어지면 좋은 활약 보여 당당하게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찾아뵙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파주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