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의 반란’ 뒤엔 신태용 칭찬 있었다

입력 2012-04-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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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이창훈이 18일 센트럴 코스트(호주)와 AFC 챔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성남일화

실전에서 번번이 위축 연습용 오명
“실수하면 어때”격려에 연속골 비상


연습 때는 펄펄 날다가 실전에서는 제 실력의 반도 못 발휘하는 선수들이 있다. 14일 대전과 K리그, 18일 센트럴 코스트(호주)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2경기 연속 결승골을 작렬하며 성남 일화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오른 이창훈(26)의 예전 모습이다.

작년 잦은 발목 부상으로 9경기 출전에 그쳤던 이창훈은 올 동계훈련을 누구보다 열심히 소화했다. 전훈기간 연습경기에서 좋은 몸놀림으로 성남 신태용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정작 시즌 개막 후 컨디션이 하락세를 그렸다.

이유가 있었다.

신 감독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거액을 주고 데려온 한상운에게 시즌 초반 왼쪽 측면 공격수를 맡겼다. 성남의 오른쪽 측면은 브라질 출신 에벨톤이 붙박이다. 주전에서 밀린 이창훈은 초조해졌다. 기회가 온 적도 있었다. 한상운이 부진하자 신 감독은 3월16일 울산 현대 원정에서 이창훈을 전격 선발 출전시켰다.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이창훈의 플레이는 기대 이하였다. 후반 중반 교체 아웃됐고, 팀은 0-3으로 완패했다. 가뜩이나 소심한 성격이던 이창훈은 더 움츠러들었다.

신 감독도 답답해하던 찰나, 이창훈이 용기를 내 숙소에 있는 신 감독 방을 먼저 찾았다. 이창훈은 “경기에 못 나가서 답답했고 나가도 좋은 활약을 못 보여 뭐가 문제인지 허심탄회하게 물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신 감독도 제자의 방문을 반겼다. 신 감독은 “한상운이 너보다 많은 게임 뛰고 있지만 언젠가 분명 기회가 온다. 3월7일 나고야(일본) 원정 때 네가 후반 막판에 들어가 죽을 힘을 다해 뛰는 모습에 감독으로서 정말 고마웠다. 너는 연습 때 최고였다. 그런데 왜 실전에서 자신감을 잃느냐. 실전 때 너무 잘 해야겠다는 부담을 버리고 실수해도 어떠냐는 마음으로 해봐라”고 조언을 건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신 감독의 코멘트가 이창훈을 춤추게 했다.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가장 중요한 때 연속 결승포로 팀을 구했다. 이창훈은 “초조해하지 말라는 감독님 말씀이 가장 와 닿았다. 올 시즌 10개 이상의 공격 포인트로 팀의 리그와 챔스리그 2관왕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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