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이 19일 울산 문수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84회 동아수영대회 첫날 남자 일반부 자유형 400m 결선에 앞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울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초점 맞춘 초반 200m 페이스가 성과”
볼 코치 “박태환 현재 기록 안중요해”
‘마린보이’는 악조건 속에서도 힘차게 물살을 갈랐다. 그리고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기록보다 더 큰 희망을 본 레이스. 박태환(23·SK텔레콤스포츠단)이 19일 울산 문수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84회 동아수영대회 첫날 남자 일반부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47초41로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박태환의 개인최고기록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작성한 3분41초53이다.
○박태환 “초반 200m 페이스가 성과”
전광판 시계의 오작동으로 당초 예정보다 경기 시작이 30분 가량 지연되고 있었다. 이미 워밍업을 통해 몸을 다 푼 상황. SK텔레콤스포츠단 관계자는 “몸이 식었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럴 때 무리하게 경기를 강행하면 향후 훈련 때 컨디션이 저하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박태환은 “프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초연했다. 이어 “몸에 딱 붙는 수영복을 30분 이상 입고 있으면 사실 힘들다. (이)현승(전남수영연맹)이 형 같은 경우는 근육경련이 생기기도 한다”며 도리어 훈련 파트너를 걱정했다.
이번 대회 400m에서 박태환은 초반 200m 레이스에 초점을 맞췄다. 2007세계선수권과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그는 기적의 막판 스퍼트로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그러나 2010아시안게임과 2011세계선수권에선 초반부터 역영을 펼쳤다. 박태환은 “이제 국제무대에서 작전이 많이 노출돼 있어 다른 전략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일 박태환의 초반 200m 기록은 1분52초06. 400m 기록은 2011세계선수권(3분42초04)보다 크게 뒤졌지만, 초반 200m 기록은 당시(1분51초02)와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박태환도 이 점을 성과로 꼽았다. 350m까지 7개의 50m 구간에서 왼쪽 호흡을 쓰다가, 마지막 50m에서 오른쪽 호흡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서도 “물안경이 그쪽으로 벗겨져서 그랬다”고 웃으며 대답할 만큼 여유가 넘쳤다.
○볼 코치 “과정에서는 기록이 중요하지 않다”
박태환을 조련하는 마이클 볼(호주) 코치는 어린이 팬들의 사인공세에 시달릴 만큼 인기가 좋았다. 이번 대회 박태환의 기록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라이언 록티(미국)를 예로 들었다. “록티는 2011세계선수권 7주 전에 열린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상하이(2011세계선수권)에서 5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설명했다. 과정에서는 기록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박태환은 조정기(훈련량을 줄이면서 체력을 비축하는 기간)를 거치지 않았다. 볼 코치는 이어 “이번 대회에서의 기록이 반드시 올림픽 금메달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울산|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