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질식 스트레스’에 ‘질식 불펜’이 운다

입력 2012-04-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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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만. 스포츠동아DB

흔들리는 삼성 불펜…왜?

막강 위력 상실…8패 중 3패 불펜 난조
주변 높은 기대치…‘무결점’ 강박관념
정현욱-안지만-오승환 도미노 악순환
삼성 “일시적 현상일 뿐…구위는 좋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빨리 5할 승률을 찾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24일 대구 롯데전에서의 충격적 역전패로 5승8패가 됐다. 그 여파로 4월내로 5할 승률을 맞추기는 쉽지 않아졌다. 삼성이 7위라는 사실도 의외지만, 8패 중 3패가 불펜의 난조에서 비롯됐다는 현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현욱과 안지만이 1패씩 당한데 이어 24일에는 마무리 오승환이 데뷔 이후 최다인 6실점(오승환의 지난 시즌 총 실점은 4점이었다)을 하며 역전패를 자초했다. 난공불락의 벽에 균열이 가고 있는 것일까.


○스트롱 콤플렉스!

일단 삼성 불펜이 진짜 위기인지 아닌지를 가려낼 필요가 있다. 먼저 삼성 내부의 의견, 김태한 투수코치의 얘기다. “어제(24일) 오승환? 보셨잖은가? 볼 좋았다. 오히려 너무 좋다보니까 몸쪽 들어가도 되겠지 싶어서 0B-2S에서 몸쪽 들어가다 전준우에게 홈런을 맞았다. 황재균에게 맞은 동점타도 몸쪽 직구였다.” 결국 오승환의 구위, 투구 밸런스, 마인드에 문제는 없다는 결론이다. 이러니 해법도 “오승환 정도 되는 투수한테 우리가 옆에서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로 귀결된다. 김 코치는 정현욱 안지만 권혁 등 여타 주력 불펜투수들에 대해선 “개막하고 나서는 안 좋았는데 좋아지는 추세”라고 평했다.

바깥에서 보는 눈에 속하는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도 “삼성 불펜이 갑자기 망가지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승환이 롯데 강민호를 삼진 잡는 장면을 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펜이 흔들리는 현실의 원인을 이 위원은 ‘스트롱 콤플렉스’에서 찾았다. 오직 삼성 불펜만 가지는 심리적 압박감인데, 사방에서 기대치를 높게 잡는 까닭에 발생하는 완벽주의에 입각한 스트레스다. 정현욱이 무너지면 안지만이 흔들리고, 오승환까지 중압감을 갖는 도미노 악순환인 것이다.

김 코치도 “팀이 힘드니까 애들(불펜)이 부담을 갖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예전에는 이기고 있을 때 등판했는데, 삼성이 초반 꼬이면서 동점이나 지고 있을 때 등판하는 분위기”가 ‘무결점이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더욱 유발한다는 의미다.


○먼저 맞는 매가 약?

삼성 포수 진갑용은 “어차피 맞을 거라면 빨리 맞는 게 낫다. (오)승환이가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 전체가 ‘물구나무로 가도 1등’이라는 안이함에서 벗어날 ‘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사자 오승환도 25일 비교적 씩씩한 표정으로 빗속에서 짧은 훈련을 마쳤다. 오승환은 “왜 그렇게 맞았지?”라는 농담으로 평상심을 드러냈다. “어제처럼 맞으면 안 되는 거였다”고도 했다. 마무리로서의 책임감이자 성급한 승부에 대한 반성이었다. 이제 ‘기계가 아니라 인간’으로 보이기 시작한 삼성 불펜의 반격은 언제쯤 개시될까.

대구|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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